이인응 선교사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전시회

입력 2011-02-16 19:58


“20여년 헌신 아프리카서 그들 손에 딸을 잃었다 딸의 크레파스로 그들을 그렸다 문득 ‘원수’를 다시 사랑케 됐다”

1989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서아프리카 기니비사우로 들어가 선교사역을 시작했다. 92년 아프리카문화선교회 소속으로 밀리따르 지역에 밀리따르교회와 만사바교회 등을 개척했다. 교회학교를 통한 어린이와 청소년 선교에 특히 힘을 쏟았다. 98년 기니비사우 내전이 악화됐을 땐 인근 세네갈로 피신했으나 바로 돌아와 개척 교회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헌신했다.

17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서울 양재동 횃불선교센터 원형 카페 갤러리에서 그림전시회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를 여는 이인응 선교사 이야기다. 신학을 공부하기 전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이 선교사는 20년 넘게 아프리카를 품고 선교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그러나 아주 잠깐, 그에게 아프리카는 ‘원수의 땅’인 적도 있었다.

2004년 8월 미국의 칼슨뉴먼대에서 그래픽을 전공하던 딸이 방학을 맞아 가족을 만나러 오던 중, 세네갈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택시강도에게 밀려 넘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크게 부딪쳐 당시 20세의 나이로 먼저 하나님 곁으로 떠났다.

충격이었다. 많은 울분을 쏟아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아프리카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의 영혼 구원을 위해 헌신했는데, 정말 하나님의 부르심이라고 생각했던 사역지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을 잃자 좌절감이 밀려 왔습니다.”

이 선교사는 한동안 아무 일도 못하고 괴로움의 날들을 보냈다. 사역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딸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사역 초기 다섯 살 딸에게 선물했던 크레파스를 발견했다. 문득 “아빠! 아빠는 화가이면서 왜 그림을 그리지 않아?”라고 자주 질문했던 딸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쩌면 딸은 선교사 아빠이기 전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 아빠를 기억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 선교사는 비로소 자신의 달란트를 사역에 활용해야 한다는 새로운 비전을 깨닫게 됐다. 대학 졸업 이후 오랫동안 놓았던 붓을 다시 잡았다. 이 선교사는 딸의 크레파스로 아프리카 사람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증오의 대상이었던 아프리카 사람들의 얼굴은 어느새 따뜻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 선교사는 “아프리카 인물전을 통해 낯선 아프리카의 문화를 이해하고,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을 알아가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기독교선교횃불재단은 오는 7월 열리는 ‘2011 한민족재외동포세계선교대회’ 후원을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횃불재단 홈페이지(torchcenter.org)에서 이 선교사의 전시 관련 책자를 내려받을 수 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