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미호 선장의 절박했던 124일… “해적에 수면제 먹이려다 실패”

입력 2011-02-16 19:25

금미305호를 납치했던 소말리아 해적들은 인터넷과 통역까지 동원해 몸값 협상 관련 정보를 얻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는 16일 케냐에서 귀국 준비를 하고 있는 금미호 김대근 선장의 일기를 입수해 124일 피랍기간 목숨을 건 탈출시도, 인간적인 고뇌, 해적들의 실태 등을 보도했다.

◇무수한 탈출 시도…좌절과 고뇌=“배에 대게 마취용 수면제가 100알 있기에 해적들이 차를 마실 때 넣자고 주방장에게 당부했다. (중략) 허점을 찾을 수 없어 결국 포기했다.”(2010. 10.29)

김 선장은 아령 2개를 이용해 해적 1명을 해치우고, 그로부터 권총을 빼앗아 전체 해적을 처치하는 시나리오를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살인마가 된다는 도덕론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10.29)고 인간적 고뇌를 토로했다.

비슷한 시기 잡혀왔던 일본 선적 NYK호가 700만 달러를 주고 풀려났다는 얘길 들었을 때는 “회사도 튼튼하고 국가도 힘이 있으니 빨리 합의되나 보다”(11.1)며 좌절했다.

10월의 마지막 밤엔 가수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을 떠올리며 아내와의 추억을 회고했고(10.31), “내가 진 빚 중 제일 큰 빚이 당신”(2011. 1.13)이라며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적었다.

◇해적들, 용의주도…재벌처럼 살기도=해적들은 소말리아어와 영어에 능통한 통역요원을 통해 자신들과 관련한 인터넷뉴스, BBC 라디오뉴스 등을 챙기며 정보를 축적했다. “43명을 죽여도 돈 1달러도 나올 데가 없다고 호소했지만 막무가내다. 해적은 인터넷 들어가서 ‘305 Golden Wave(금미호)’ 치면 한국 선원 2명이 중요하고 한국 정부에서도 ‘인사관리 잘하라’고 하니 돈 받는 데는 지장 없다며 끝까지 우긴다.”(11.3)

해적들의 생활과 관련해선, “상선 1척 잡으면 기본 600만 달러를 받아 그 돈으로 케냐 동남아 유럽 등지에서 부동산을 사고 주식을 사는 등 재벌보다 잘 산다”(10.25)고 전했다. 그래선지 이들은 한 달 150달러를 받는 케냐 선원들에게 “해적 한 번 하면 평생 버는 걸 한 번에 해결한다. 우리에게 원서를 내보라”(10.25)고 비아냥거렸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