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이란-불지피는 미국… 시위대 “2월 18일 대규모 집회”
입력 2011-02-17 01:23
중동·아프리카의 민주화 열기가 사하라사막 이남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이란 민주화 시위를 독려하고 나서서 주목된다.
릐일촉즉발의 이란=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16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세력 간 몸싸움이 발생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충돌은 반정부 시위대가 테헤란 미술대학에서 지난 14일 시위에서 총에 맞아 숨진 대학생 사나 잘레의 장례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정부 지지자들은 장례식장에 진입해 “반역자에게 죽음을” 등 구호를 외쳤다.
이란 반정부 시위는 18일 절정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는 이슬람 혁명 32주년이 되는 이날 대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천명했다. 시위대는 온·오프라인을 총동원해 시민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이란 시위에 대해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예산안 제출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란 국민이 폭넓은 자유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는 정부가 들어서기를 바라는 자신들의 열망을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란의 현 정부 교체를 희망한다는 우회적 메시지다. 앞서 미 국무부는 13일 트위터 계정 ‘유에스에이 다르 파르시(USA darFarsi)’를 통해 페르시아어 메시지 전송을 시작했다.
이란 정부는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를 총동원해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국영 TV와의 생중계 인터뷰에서 “정부에 불만이 있는 이들이 있지만 그들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란 의원 220여명은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야당 지도자 미르 호세인 무사비와 메흐디 카루비를 사형에 처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카루비는 “민주주의로의 변화를 위한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다”고 맞섰다.
릐리비아에서도 첫 반정부 시위=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42년째 철권통치 중인 리비아에서도 처음으로 대규모 시위가 펼쳐졌다. 두 번째로 큰 도시 벵가지에서 수백명이 15일 밤 반정부 시위를 벌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16일 AFP 통신이 보도했다. 아직 ‘카다피 퇴진’ 요구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레인 수도 마나마 중앙 광장에서는 16일 시위대 수천명이 전날 시위 과정에서 숨진 2명의 장례식을 치르며 정치개혁을 촉구했다. 이라크 서부 팔루자에선 이날 1000여명의 시위대가 부패 척결과 행정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예멘 수도 사나에선 반정부 시위대와 정부 지지자들 간에 충돌이 벌어져 시위대 10명이 다치고 언론인 3명이 폭행당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도 이날 민생고와 정부 행정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산발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어린이 2명을 포함해 3명이 목숨을 잃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연일 치솟는 국제 식량가격 때문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도 정치적 소용돌이가 일어날 소지가 충분하다”고 보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