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금감원장, 신한엔 그렇게 투명성 요구하더니… 수석 부원장 내정엔 ‘불통’인가

입력 2011-02-16 21:52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일 오후 출입기자 간사단에 인터뷰를 자청했다. 신한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놓고 흘러나오는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파벌 간 경쟁설에 대해 “당국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설 연휴 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나도 동감”이라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금융당국은 류시열 신한금융 회장 대행의 투표권 행사에 대해서도 압박을 가해 결국 류 회장의 자진 낙마에 일조했다.

그런데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해야 할까. 신한지주 회장 선임이 일단락된 지 하루가 지난 15일 김 원장은 공석인 금감원 수석 부원장에 최수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내정했다. 김 원장은 16일 결의대회를 열며 반대하는 금감원 노조원들을 뒤로 한 채 금융위원회에 임명 제청을 요청했다.

금감원 직원들은 최 원장 내정 과정에서 금융당국 내부의 제대로 된 검증작업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러면서 민간 금융회사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노조 결의대회에 참석한 한 직원은 “신한금융에는 투명한 회장 선임을 압박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밀실 인사를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노조면담 자리에서 “오래 비워둘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자리다. 내 책임하에 제청하는 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수석 부원장 임명제청권은 금감원장의 법적권한이다. 하지만 김 원장이 3월 26일 임기를 마치는 마당에 후임 원장과 일할 사람을 내정하는 게 합당했는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경제부처와 금융당국은 해당 기관 노조의 반대를 낙하산 인사 때마다 치러야 하는 의례적인 ‘신고식’ 수준으로 여겨 둔감해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금융당국 인사 잡음을 바라보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 민간 금융사 직원들의 표정을 생각해 볼 일이다.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