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정리한 듯… 박근혜 원칙론 속 ‘뼈있는 한마디’

입력 2011-02-16 22:15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16일 침묵을 깨고 오랜만에 정치권의 이런저런 현안에 입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7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소득세 구간 신설안에 제동을 건 지 72일 만이다. 그동안 박 전 대표는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 및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 등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에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껴왔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박 전 대표는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 시상식에 앞서 기자들이 ‘평소 말을 적게 했는데 으뜸 언어상을 받게 됐다’며 소감을 묻자 “말을 적게 한 게 아니라 제가 안 할 이야기는 안 하고 할 이야기는 한 것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기자들이 질문을 하기도 전에 먼저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조근조근 풀어놓았다. 현장에 있던 구상찬 의원은 “평소보다 많은 말을 하셨지만 사용하는 어휘나 단어가 정제돼 있는 걸 보니 미리 생각을 정리해 오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특유의 원칙론을 펼쳤다. 먼저 과학벨트와 신공항 문제 등 국책사업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해야 할 일임을 분명히 했다. 또 과거 자신이 당 대표 시절부터 수차례 약속했던 세종시 문제와 달리 과학벨트에 대해서는 “(그동안 제가) 얘기한 적이 없지 않느냐”는 말로 차이를 강조했다. 일각에선 ‘대통령이 책임을 지시겠다는 것 아니냐’는 발언이 이 대통령의 과학벨트 원점 재검토 입장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개헌 문제와 관련해 최근 자신에게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한 측근은 “평소 박 전 대표가 갖고 있던 지론을 편 것”이라며 “결코 이 대통령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이번 발언이 결코 싸우자는 얘기가 아니다”며 행여 지난해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의 8·21 회동 이후 유지돼 왔던 화해 기류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최근 홍준표 최고위원이 과학벨트 입지 선정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관련, 박 전 대표는 “최고위원도 당 지도부의 일원”이라며 “한나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이런 갈등 문제에 책임감을 갖고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내가 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을 갖고도 여러 말씀이 있으신데 의원의 본분은 법을 만드는 것”이라며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 선택, 국민의 평가를 받고 제일 좋은 법안을 선택하면 된다. 먼저 법을 내놓고 논의를 해야지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박 전 대표에게 복지정책 공개 토론을 제안한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 등 야당을 겨냥한 것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