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플레이션’에 수입 수산물이 대형마트 점령
입력 2011-02-16 22:02
대형마트 가보니 주부들 한숨 소리만… 고등어·오징어 어획량 감소로 30% 이상 올라
16일 오후 롯데마트 서울역점. 한산한 수산물 코너 앞에서 주부 최모(49)씨가 한참을 망설이다 간고등어를 집었다. 최씨는 2마리(한 손·500g)에 5980원인 간고등어를 카트에 넣으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씨는 “고등어조림을 하려는데 크기가 적당한 것은 너무 비싸고 값이 싼 것은 작다”며 “생선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말했다. 이마트 양재동점에서는 400g짜리 간고등어 2마리가 6980원에 팔리고 있었다.
채소, 돼지고기, 닭고기에 이어 수산물 가격도 급등하고 있어 주부들의 표정이 어둡다. 일부에서는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Inflation)에 이어 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피시플레이션(Fisheries+Inflation)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주부들은 피시플레이션을 이미 실감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값싼 수입산 수산물이 대형마트를 점령하고 있다. 수입 수산물은 국산보다 크고 가격도 싼 편이다. 국산 수산물은 어획량 감소 탓에 공급 자체가 적은 데다 그나마도 크기가 작다.
이미 80% 이상을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임연수는 물론 꽁치나 생태도 수입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도 러시아산 임연수, 대만산 꽁치, 일본산 생태 등 수입 수산물이 쉽게 눈에 띄었다.
수산물 수입 물량 확보에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이마트다. 이마트는 수산물을 포함한 신선식품을 해외에서 들여와 17일부터 국산보다 싼 값에 판매하기로 했다. 국산 고등어보다 배가량 큰 캐나다산 자반고등어(한 손·800g)를 100t가량 수입해 손당 5500원, 대만산 오징어는 167t을 들여와 마리당 740원에 판매한다. 수입산 수산물은 국산보다 크기는 크고 가격은 20∼30% 싸다.
롯데마트도 수입 제품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일본산 자반고등어를 손당 4580원에 팔고 있고, 물량이 심하게 달리는 오징어는 포클랜드 등 원양에서 잡힌 물량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까다로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수입산 신선식품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다보니 수요가 늘고 있다.
서울의 또 다른 대형마트에서 시장을 보던 이모(34·여)씨는 “국산 오징어를 사려고 보니 한 마리에 3000원 가까이 하는데 그렇게 싱싱해 보이지도 않는다”며 “꺼림칙하긴 하지만 값이 싼 외국산 오징어를 사가야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민 식탁의 대표적 수산물인 고등어와 오징어 가격이 오른 것은 어획량 감소로 물량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어, 오징어 어획량은 전년 대비 각각 43.2%, 15.9% 줄었다.
제주도 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고등어는 지난해 8월부터 이상 저수온 현상에 태풍 등 기상 악화까지 겹쳐 조업일수가 예년의 3분의 2로 줄었다. 전체 어획량도 30%가량 감소했다. 그나마 잡힌 것도 크기가 작다는 게 문제다. 반찬용으로 만들기 좋은 350g 이상 중품 고등어는 어획량이 80%나 줄었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도 오징어 어획량 감소를 거들었다. 롯데마트 여형희 수산담당 상품기획자(MD)는 “중국 어선들이 북한 해역에서 조업을 많이 한 것도 우리나라 오징어 어획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