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가정만 전기 아껴 쓰라고?… 값싼 ‘산업용 전력’을 잡아야
입력 2011-02-16 18:46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난 14일 생산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을 인상키로 의견을 모았다. 여름 성수기 전에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서민에게 ‘전기요금 현실화’는 좀처럼 와닿지 않는다. 문제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 전력소비 증가는 산업 부문이 이끌고 있다. 산업용을 가정용 등 다른 용도보다 싸게 공급하는 정책기조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산업용 전기 중 밤 시간대에 공급되는 ‘산업용경부하요금’의 전력소비 증가율은 전체 증가율보다 34% 높다. 여름·겨울 전력난 해결책과 관련해 정부는 일반 가정에 절약을 강조한다. 하지만 전기는 정작 엉뚱한 데서 새고 있다.
16일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2005∼2010년 전체 전력사용량이 3324억kwH에서 4342억kwH로 30.6% 느는 동안 산업용은 1749억kwH에서 2327억kwH로 33.0% 증가했다. 지난해 주택용과 일반(상업)용 전력사용량은 각각 632억kwH, 974억kwH로 2005년 대비 21.4%, 32.1% 늘었다.
최근 철강산업 등 에너지 다소비업종 설비 증대로 산업용 전력소비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지난해 전체 전력사용량이 전년대비 10.1% 증가한 반면 산업용 전력소비는 12.3% 늘었다. 주택용과 일반용의 소비증가율은 각각 6.4%와 8.7%다. 지난해 산업용 전기소비는 전체 소비의 53.6%였다.
산업용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까닭은 요금이 싸기 때문이다. 산업용 전기 판매단가는 79.80원/kwH으로 산업용 전기 총괄원가 82.71원/kwH보다 3.5%, 전체평균 총괄원가 94.58원/kwH보다 14.4% 싸다. 총괄원가는 전력 생산비용에 송전선 등의 유지·보수비용을 합친 것이다.
특히 산업용 전력 사용량의 약 40%는 판매단가가 kwH당 50원대로 생산원가의 약 70%인 산업용경부하 전기다. 전기위는 산업용경부하전기의 사용량과 생산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기위 관계자는 “산업용경부하전기가 적용되는 시간대가 변경됐고 요금 계산방식이 복잡해 별도 통계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5∼2009년 전체 전력소비가 18.67% 증가할 때 산업용경부하 전기 소비는 24.72% 늘었다. 이는 전체 전력소비의 22%를 차지하는 산업용경부하전기의 소비증가율이 전체 증가율보다 34% 높다는 뜻이다. 산업용경부하전기는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1차 금속과 석유화학산업 등 장치산업에서 주로 사용한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국장은 “산업용경부하전기를 사용하는 제철소에서 생산된 철강제품은 가격경쟁력을 갖춰 중국에까지 수출된다”고 말했다.
원가의 73.6%의 가격에 공급되는 심야용 전기요금도 문제다. kwH당 40원대인 심야용 요금 때문에 음식점 등 접객업소와 다세대주택 등은 전기장판, 난방용 전기온수기를, 대형건물은 냉·난방겸용 시스템에어컨을 도입했다. 경원대 김창섭 교수는 “시스템 에어컨은 제2의 심야전기가 됐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양이 국장은 “정부는 복잡한 전기요금 구조를 개선하고 누가 전기를 낭비하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전력예비율이 떨어지면 공급을 확대하거나 서민에게 절약을 강조하는 정책만으로는 왜곡된 전기 소비구조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항 환경전문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