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인 못살아”… 흉기 찔린 딸의 선처 호소
입력 2011-02-16 18:46
지난 12일 오전 3시50분쯤 친구와 술을 마시고 귀가한 김모(50·여)씨는 서울 갈현동 집 거실에서 자던 딸을 깨워 잔소리를 늘어놨다. 씀씀이를 지적하려고 술김에 말을 꺼낸 것이었다.
김씨는 “나는 일자리 구하러 지방까지 가야 할 판인데 넌 이렇게 카드를 많이 쓰느냐”고 나무랐다. 개인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딸(22)이 이달 내야 할 신용카드 사용액은 150만원으로 월급보다 많았다. 1996년 이혼하고 두 딸을 혼자 키운 김씨는 17년간 운영하던 식당을 두 달 전 폐업하고 딸의 월급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큰딸은 10년 가까이 따로 살았다.
김씨는 딸이 대꾸하지 않고 방에 들어가자 뒤따라가 침대에 돌아누워 있는 딸 쪽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딸의 허리 쪽에 피가 흐르자 놀란 김씨는 이웃 주민에게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흉기는 딸의 왼쪽 갈비뼈 사이를 관통해 폐를 찌를 뻔했다. 다음날 김씨는 입원한 딸에게 전화해 “너를 그 지경으로 만들다니 괴로워 죽을 것만 같다”고 했다. 불안해진 딸은 119구조대에 도움을 요청하려다 급한 마음에 112를 눌렀다.
경찰은 13일 오후 4시쯤 안방 장롱 아래 앉아 넥타이로 목을 죄는 김씨를 발견하고 제지했다. 거실에는 빈 소주병이 있었다. 동시에 서울 은평경찰서는 김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당초 경찰은 김씨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해 자해 우려가 있다고 보고 정신감정 등 목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병원에서 이 사실을 전해들은 딸은 경찰에 전화해 “엄마가 없으면 살 수 없다”고 울먹이며 선처를 호소했다.
딸은 16일 병실에서 만난 기자에게 “엄마는 아빠 없이 혼자 날 어렵게 키웠는데 일이 이렇게 꼬여 경찰에 전화한 걸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며 울었다. 집과 병원을 오가며 딸을 간호하는 김씨는 “딸 몸을 저 꼴로 만들어 놓고 어떻게 눈 뜨고 살 수 있겠느냐”며 죄책감을 토로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