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도 “MB가 나서야”… 개헌, 대통령 역할론 부상

입력 2011-02-16 18:46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개헌 소신만 피력했지, ‘내가 직접 해보니까 현행 대통령제가 이런 문제점들이 있더라’는 자기고백이 없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친이명박계의 개헌 추진 작업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 내부에선 대통령 역할에 아쉬움을 토론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는 등 전면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16일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나도 개헌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친이계 중심의 개헌 추진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개헌은 국회가 맡아 해봐라, 해봐서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태도인데 그러면 안 된다”며 “이 대통령이 발 벗고 나서 국민과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요구는 현재의 개헌 논의가 진정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친이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개헌 논의가 국가의 미래 설계보다 계파의 생존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비친다는 것이다. 여당의 한 최고위원은 “차라리 대통령이 개헌 시점을 19대 국회에 귀속시킨다는 전제조건을 달면 더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로는 이 대통령이 직접 개헌을 발의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대통령이 나서라는 요구는 곧 개헌 논의를 접으라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다. 홍 최고위원 측은 “대통령 발의 주장은 사실상 현재의 개헌 논의를 하지 말자는 의도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이계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친이계 핵심 인사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그 자체 역시 정략적으로 비칠 수 있고, 대통령이 나선다고 해도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친박근혜계와 야당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특히 친이계는 이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는 순간부터 바로 ‘레임덕’이 시작된다는 점을 우려한다.

일단 이재오 특임장관 등 친이계는 자체 동력으로 개헌론을 끌고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향후 구성될 당내 개헌 특별기구를 물밑 지원하기 위해 이날 오전 여의도 사무실에서 전문가를 불러 의원내각제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또 권택기, 조진래 의원 등은 오는 24일 예정된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개헌의 당위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 장관도 사단법인 세종연구원 주최로 열린 특강에서 “나라 안의 모든 갈등을 해결하려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지향해서이지 현재 권력이나 정권의 어떤 정치적 의도에 의한 것은 아니다”며 개헌의 정략적 의도를 거듭 부인했다.

친이계는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을 부부 동반으로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하는 자리를 계기로 개헌 논의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자리에는 이 장관도 배석한다. 여권 관계자는 “모임의 성격상 개헌 얘기가 나오기는 힘들겠지만 개헌 특별기구 논의를 위한 최고위원회의(21일)를 앞두고 있어, 모임 자체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