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후지쯔배 한국 대표 7인

입력 2011-02-16 19:49


일본이 주최하는 유일한 세계기전으로 올해 24회를 맞는 후지쯔배 세계바둑선수권전이 새롭게 단장했다. 4월과 7월,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되던 방식을 바꿔 4월 한 달 동안 본선 1회전부터 결승까지 모두 끝내게 된다. 24강전이었던 본선은 32강전으로 바꾸고, 3시간이었던 제한시간도 2시간으로 줄였다. 속기전으로 바뀌는 최근 바둑계의 흐름을 따르겠다는 의도이다. 본선에는 일본 13명, 한국 6명, 중국 6명, 대만·북미·남미·유럽에서 각각 1명이 출전하게 된다. 본선시드는 전기 1∼3위였던 콩지에 9단, 이세돌 9단, 치우쥔 8단이 받았다.

지난 1월부터 후지쯔배 출전자를 가리기 위한 국내 선발전이 시작됐다. 시드 배정을 받은 이세돌 9단을 제외하고 출전 선수 6명 중 3명은 랭킹, 3명은 선발전으로 결정된다. 한국 랭킹 시드로는 최철한 9단, 허영호 8단, 박정환 9단이 선발됐다. 남은 3장의 티켓을 놓고 4배수를 랭킹 순으로 뽑아 12명이 선발전을 치렀다.

상위 랭커들이 모인 만큼 선발전은 별들의 전쟁이었다. 어느 한판도 예측할 수 있는 승부가 없었다. 그중 가장 관심을 모은 기사는 최근 랭킹이 추락해 모든 선발전에 나와야 하는 이창호 9단이었다. 얼마 전 벌어졌던 초상부동산배 선발전에서도 강유택 3단에게 반집을 지며 탈락했던 이 9단의 첫판 상대는 지난 GS칼텍스배 우승자 원성진 9단.

바둑은 난전의 난전을 거듭한 끝에 원성진 9단의 승리로 끝났다. 이창호 9단은 이번에도 선발전에서 1회전 탈락이라는 아픔을 맛봤다. 강동윤 9단이 박영훈 9단, 이영구 8단이 조한승 9단을 꺾었다. 김지석 7단, 원성진 9단, 윤준상 8단, 강유택 3단도 2회전에 합류했다. 강유택 3단은 2010한국바둑리그에서 이세돌 9단과 함께 13승으로 다승상을 수상하고 앞선 초상부동산배 국내선발전에서 이창호 9단을 꺾고 올라온 무서운 차세대 주자이다. 하지만 이어진 대국에서는 윤준상 8단에게 패해 선발이 좌절되었다. 그리고 이번 후지쯔배 선발전 2회전에서 다시 윤준상 8단을 만났다.

‘승부사는 두 번 지지 않는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강유택 3단은 윤준상 8단을 제압하며 티켓 한 장을 따냈다. 또 선배기사들을 물리치고 올라온 강동윤 9단과 김지석 7단의 대결도 초상부동산배와 반대의 결과를 보여줬다. 초상부동산배에서는 강동윤 9단이 승리했는데, 후지쯔배에서는 김지석 7단이 승리를 거두며 티켓을 거머쥐었다. 마지막 한 장은 이영구 8단이 원성진 9단을 상대로 300수만에 한 집반 승리를 거두며 3년 만에 본선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