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식 문화재청장 “궁궐, 전통혼례·회의장소 등으로 활용 매뉴얼 만들 것”

입력 2011-02-16 19:30

“박물관 업무가 점이라면 문화재청 일은 선과 면까지 포함하는 것 같아요.”

국립중앙박물관장에서 문화재청장으로 자리를 옮긴 최광식 청장은 16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소감과 정책 추진 방향 등을 밝혔다. 최 청장은 “박물관이 유형문화재 위주의 전시에 국한된다면 문화재청은 무형문화재에 자연유산까지 영역이 매우 넓다”면서 “더욱 넓은 계층이 문화유산 가치를 접할 수 있도록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최 청장은 이를 위한 중점 추진 사업으로 ‘살아 숨쉬는 5대궁 만들기’ 계획을 발표했다. 드라마 ‘대장금’의 주요 무대였던 경복궁 수라간을 3월부터 복원하고, 동절기에 닫아둔 경복궁 수정전과 창덕궁 영화당, 덕수궁 정관헌, 창경궁 통명전, 종묘 망묘루를 4월에 다시 개방하며, 경회루 2층 누각의 특별 관람도 재개한다는 것이다.

또 5월부터는 궁궐 주요 전각을 정부 부처나 기업 등의 회의 장소로 대여하는 장소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생활공감형 체험 확대 차원에서 소외계층과 다문화가정 등을 대상으로 궁궐 내 전통혼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창경궁에서는 왕실 행차용 가마를 타고 궁궐 경내를 둘러보는 관광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최 청장은 “문화 프로그램들이 궁궐 본연의 가치와 역사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궁궐 활용 및 장소 사용 등에 대한 원칙과 허가기준, 세부 매뉴얼을 더 명확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논란이 되고 있는 광화문 현판 교체와 관련, “글씨는 그대로 두고 나무만 교체하자는 의견, 한자를 사용하되 역대 유명 서체를 집자하자는 주장, 아예 한글로 바꾸자는 의견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조만간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회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곳곳에 있는 우리 문화재의 소재를 파악하고 적절한 경로를 통해 환수하거나 현지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북한의 문화재 보존에도 관심을 갖고 다각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