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미전도종족 개척선교 현장을 가다
입력 2011-02-16 19:27
[미션라이프] ‘첩첩 산중’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라오스 북부 산악지역. 이곳엔 수십년 전 한국 농촌의 모습이 연상될 만큼 문명과는 거리가 먼 채 살아가는 소수민족들이 있다. 복음이라고는 한번도 접하지 못한 미전도종족들이다. 이곳을 지난 7~17일 미국 은혜한인교회(한기홍 목사)와 청주침례교회(배정식 목사) 선교팀이 다녀갔다. 선교단체와 교회가 연합해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기 위한 것이다. 복음 들고 산을 넘는 자들의 아름다운 발걸음을 따라가봤다.
라오스 개척 선교의 길은 멀고 험했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에서 북부 퐁살리까지 가는 데 버스로만 25시간, 미국팀의 경우 LA에서 비행기로 온 시간을 합하면 70여 시간이 걸렸다. 거기다 호텔이 아닌 하노이 공항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8시간이 넘는 비포장길도 감수해야 했다. 길은 끝없이 이어졌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을 만큼 심하게 흔들리는 버스는 현지인들마저 멀미를 하게 했다.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지는 길을 꿈속을 헤매듯 버스가 거슬러갔다.
퐁살리에 도착한 시간은 10일 오후 8시.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이 나그네들을 반기는 것 같다. 산꼭대기에 이런 도시가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베이스캠프인 호텔에서는 2명씩 방을 배정받았다. 호텔엔 온수가 안나올 거라던 통역의 말과 달리 온수가 나왔다. 팀원들은 “며칠 만에 씻는지 모르겠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날 밤 이번 선교 모임의 리더인 박태수(FTT 선교운동 책임자) 선교사는 다시 한번 참석자들에게 정신 무장을 시켰다. “이곳은 공식적으로 교회와 선교사가 전무한 지역이다. 우리가 바로 그 마을에 들어가는 최초의 그리스도인들이다. 말과 행동의 본을 통해 그리스도인이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줘야 한다.”
라오스는 공산권 국가이기 때문에 복음 전도는 불법이다. 이번 선교에서 의료나 풍선·비디오 테이프·선물 나눠주기에 주력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선교 참석자들은 긴 여정뿐만 아니라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미화로 2000달러가 넘는 비용을 직접 냈다. 거기다 직장인 가운데는 해고를 각오하고 휴가를 낸 이들도 있다. 그밖에 라오스 선교사를 꿈꾸는 전도사 부부, 대학 졸업시험을 앞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불평은커녕 감사하고 있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자신들을 부르셔서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음날 오전 9시, 배낭을 짊어진 팀원들이 산으로 향했다. 산등성이들 사이로 나 있는 황토빛 길이 아득하기만 하다. 정오를 넘기면서 햇볕은 따가워졌고, 길은 더 험해졌다. 하지만 숨돌릴 겨를도 없이 이동을 계속했다. 잘못하면 깜깜한 밤중에 산길을 헤매는 불상사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들 말수도 줄어들고 어깨가 축 쳐진 게 아침 출발 때와는 완전 딴판이다. 산사태가 난 길을 지나던 한 집사가 그 자라에 주저앉았다. 쥐가 났던 것이다. 침을 맞은 뒤 겨우 일어나 걸었다.
베이스캠프를 출발한 지 5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을은 보이지 않는다. 돌아보니 걸어온 길이 아득하다. 또 다른 집사가 주저앉았다. 역시 쥐가 났던 것이다. 장시간 잠을 못잤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이라고들 했다. 침을 맡고 팔에서 피를 뺐지만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2시간을 넘겨서도 회복되지 않자 선발대가 먼저 마을로 향하기로 했다. 숙소를 알아봐야 했기 때문이다. 석양 무렵, 마침내 일행은 몽체로이라는 마을에 들어섰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했다. 잃어버린 영혼들의 구원, 그리고 오늘의 숙식을 위해서.
외지인들이 라오스의 마을에서 잠을 자려면 반드시 마을 이장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장은 아직 밭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멀찌감치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풍선을 불었다. 그랬더니 아이들과 함께 동네에 있던 어른들까지 꾸역꾸역 찾아왔다. 풍선을 반기기는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였다. 1시간 쯤 지나자 마을 이장이 돌아왔다. 하지만 얼굴이 굳어 있다. 허락 없이 영역을 침범했다는 무언의 경고 같았다. 신나던 분위기는 일순간 무거운 침묵으로 바뀌었다. 팀장의 지시를 따라 각자 침묵기도를 했다. 다음 마을까지는 최소 5시간을 걸어가야 했다. 이장이 숙소를 허락하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통역을 대동하고 팀을 소개하던 박 선교사는 간절한 눈빛과 준비한 모자까지 이장에게 선물하며 선처를 부탁했다. 좀처럼 얼굴을 펴지 않던 이장의 얼굴이 살짝 밝아지자 박 선교사는 손가락으로 원을 그려보였다. 이날 밤 이들은 마을 사람들을 불러놓고 진찰과 진료, 연극과 노래를 선사했다. 이들은 갖은 위험을 무릅쓰며 이틀 더 산족을 찾아다녔다.
지난해 인도 미전도종족 개척선교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참여한 류형선 집사는 “처음엔 복음을 전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의심하기도 했었다”며 “하지만 우리의 임무는 복음전도의 교두보 마련인 만큼 이 사역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이들의 임무는 사역 틈틈이 파악한 종족 정보와 향후 사역 방향을 박 선교사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수개월 후엔 훈련받은 현지인 사역자들이 본격적인 사역을 시작한다. 현재 전세계 6500개 미전도종족 중 3348개 종족에 대해서는 어떤 선교자료도 없는 상태다.
퐁살리(라오스)=글·사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