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아의 행복스케치] 성공 CEO “왜 살까….”

입력 2011-02-16 19:20


내가 H사장을 처음 만난 것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최고경영자(CEO) 포럼에서였다. 그는 50여명의 남성 CEO들 중에서 유독 내 눈에 들어왔다. 옷차림새며 헤어스타일이 예사로운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한국 남성들 중에서는 정말 보기 드문 멋쟁이 신사였기 때문이다. 나는 여느 때처럼 직업의식이 발동해 그를 슬깃슬깃 살펴봤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중후하고 세련된 멋이 물씬 풍겼다. 유럽의 귀족처럼 클래식하게 입은 회색 정장 스타일이 그의 웨이브 진 회백색 헤어와 참 잘 어울렸다. 세련된 안경 너머의 눈빛도 부드러웠다. 외모로 봐선 유능한 건축 디자이너나 예술가처럼 보였다.

만찬 후, 자기소개 시간이 되었다. 50대 후반의 나이인 그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했지만 자신의 전공과 상관없는 기업의 CEO였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를 가진 제조업체 사장과 외국의 유명 전자제품의 한국지사장이라는 두 가지 직함을 가졌다.

이후, 몇 번의 포럼에서 그와 마주쳤는데 어딘지 모르게 표정이 밝지 않음을 느꼈다. 그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회원끼리 담소를 나눌 때도 그는 상대의 말을 듣기만 했지 대화에 끼지는 않았다. 묵묵히 앉아 있기만 했다. 그는 가끔씩 초청 강사의 유머에 멋진 미소를 날리기도 했지만 표정은 이내 가라앉곤 했다. 지난 가을의 포럼에는 회원이 소수만 참석했다. 그래서 개인의 최근 근황을 발표하는 순서가 있었다. H사장 차례가 되어 그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 삶이 하루하루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습니다. 날마다 꽉 짜여진 일정으로 바쁘게 지내지만 요즘은 제가 왜 사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그제서 그의 표정이 무거웠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세상에서 성공하고 멋진 외모를 갖춘 그가 무력감에 빠져 있었다니. 나는 그에게 예수님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나는 속으로 그가 예수님을 만나서 행복의 파랑새를 찾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다. 나는 포럼이 끝나길 기다려 전도자의 ‘행복한 설렘’을 안고 그의 테이블 쪽으로 다가가 말했다.

“사장님, 행복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을 믿으셔야 돼요. 하나님을 모르고 사는 삶은 너무 무미건조한 것 같아요. 제가 좋은 교회 추천해드릴까요?”

“정 대표님, 저도 교회 나갑니다. 뭐 자주 안 나가서 그렇긴 하지만요.”

그가 교회에 나간다니 좀 민망해졌다. 크리스천으로서 하나님을 깊이 만나지 못한 그가 안타까웠다. 궁금증이 많은 나는 그에게 어떤 교회에 나가냐고 물었더니 정통성을 갖춘 오래된 교회였다. 그날 나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진리를 깨달았다. 교회에 나가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고. 하나님을 모르는 삶이 얼마나 삭막하고 허망한지를. 그리고 하나님과 소통하고 성령님을 체험하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 행복한 삶인지를 말이다.

나 또한 깊이 하나님을 만나기 이전에는 주일에만 예배드리는 종교인에 불과했다. 종교생활도 하나님 나라에는 발만 걸쳐두었을 뿐 세상적인 잣대로 좀 더 많이, 좀 더 높은 곳에 행복의 기준을 두고 살았다. 일 중독증에 빠져 주일에도 책을 읽거나 일 생각을 하지 않으면 허전하고 불안했을 정도였다. 몸은 교회에 있어도 마음은 온갖 세상일과 걱정에 사로잡혔다. 그런 내게 하나님은 고난과 연단이라는 도구로 나를 깨워 주셨다. 인격적인 하나님은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허락하셨다. 나는 주님의 고난 프로젝트를 통하여 하나님과 더욱 친밀해졌다. 그런 과정에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삶인지도 분명히 깨달았다. 그것은 순종하는 삶이었다. 무얼 해도 주님의 뜻으로 여겨지니 언제 어디서나 행복할 수 있었다. 주님이 내게 주신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내 영혼은 의연해졌다. 주님은 내게 감사의 열매가 행복이라는 진리도 알게 해주셨다. 결국 나의 행복 파랑새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이시다.

정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