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주유소, 천정부지 기름값 서로 “네탓”
입력 2011-02-15 19:07
기름값 인상의 주범은 정유사? 주유소?
정유사 공급가격은 내리는데 주유소 판매가격이 오르는 것을 놓고 정유사와 주유소 간 책임 떠넘기기가 벌어지고 있다. 정유사들은 주유소 업자들의 잇속 챙기기 때문에 가격이 계속 오른다고 주장하지만 주유소들은 정유사가 가격을 찔끔 내려놓고선 생색만 낸다고 불만이다.
1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정유사들의 이달 첫째 주 보통 휘발유 공급가격은 ℓ당 1721.72원으로 전주보다 15.31원 내렸다. 1월 둘째 주 이후 계속 내림세다. 지난달 초 배럴당 103.19달러였던 국제 휘발유값이 이달 들어 106.64달러로 올랐음에도 국내 공급가격은 떨어졌다. 정부의 지속된 가격 인하 요구를 정유사들이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작 일선 주유소의 평균 판매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어 소비자들은 공급가격 인하 효과를 전혀 못 느끼고 있다. 공급가격과 판매가격 차이는 지난달 둘째 주 82.35원에서 이달 첫째 주엔 114.52원으로 벌어졌다. 이달 둘째 주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이 1842.02원으로 전주보다 5.78원 뛴 것을 감안하면 공급가격과 판매가격 차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주유소들은 정유사 공급과의 시차 때문에 가격 엇박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들이 재고 물량을 소진하는 데 최대 2주 정도 걸리기 때문에 낮아진 공급가격을 반영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한 주유소 업주는 “주유소를 운영하는데 기름 말고도 임대비 등 돈 들어가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주유소의 가격 인상 탓에 정유사 공급가격 인하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업체 관계자는 “주유소의 저장탱크는 빠르면 2∼3일, 길어도 1주일이면 다 쓴다”며 “시차 때문에 가격 반영이 안 됐다는 말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관계자는 “주유소의 87% 정도가 자영주유소라서 주유소 자체적으로 가격을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비싼 주유소 명단을 발표하려고 상위 30개 주유소를 골라내는데 업주들이 값을 살짝 살짝 내리기 때문에 매번 명단 변화가 심하다”면서도 “소비자들이 꼼꼼하게 주유소 가격을 살피면 주유소의 폭리 행태가 많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