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수 목사 은퇴 “주일이 서론이면 월∼토는 본론 시대와 소통하는 생활목회가 갈 길”

입력 2011-02-15 18:56


20년 전만 해도 한국교회는 문화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교계에선 시대 흐름을 따라가기는커녕 흐름에 뒤떨어지거나 역행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교계 지도자들이 사심(私心)과 명예문제로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 사이 특정종교는 현대인들의 허무함을 달래기 ‘선’ ‘쉼’ ‘영성’이 결합된 템플스테이를 대중화시켰고 이제 ‘생태’라는 아이템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목회’를 꾸준히 전개해온 임종수(71) 큰나무교회 목사는 한국교회의 돌파구가 시대와 소통하는 생활목회에 있다고 말한다.

“성도의 건강한 삶이나 이웃과의 소통은 등한시한 채 교회 부흥이라는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모든 것을 상대화시킨 결과입니다. 신앙은 생활이에요. 주일 예배는 서론에 불과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가 진짜 본론이거든요. 신앙은 삶으로 생명과 평화의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지, 입으로 성급하게 드러내는 게 아닙니다.”

서울 방화동에 위치한 큰나무교회는 개화산을 등산하는 사람들에게 꽃씨와 식물 사진, 이름이 담긴 리플릿을 나눠준다. 주변 저소득층에게 쌀을 나눠주면서 예수 믿으라는 문구나 교회 이름을 내세운 적이 한번도 없다. 요란한 요소를 일절 거부한 본당은 누구라도 찾아와 기도하고픈 마음이 들게 한다. 깔끔하게 디자인한 교회 캘린더는 동네 비신자들이 찾아와 요청할 정도다. 그 흔한 노방전도 한번 안 했지만 젊은 부부들이 소문을 듣고 교회 문을 두드린다.

“교회가 문화적인 면에서 너무 깜깜해요. 이건 시대의 언어를 등졌다는 말입니다. 문화는 포장이거든요. 거기에는 종교성도, 도덕성도 없어요. 십자가도 뚜껑을 열어보면 그 안에 잃어버린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해야 한다는 콘텐츠가 들어 있지 않습니까.”

그럼 요즘은 어떤 시대일까. “기껏해야 10명 모이는 등산모임에 개화산의 생태를 교란시키는 단풍잎돼지풀과 가시박을 뽑으러 가자고 제안했더니 25명이 나왔어요. 추수감사절에 성도들이 1700만원을 헌금했는데, 2주 뒤에 지역 불우이웃에게 쌀을 전달하자고 하니 3000만원의 헌금을 모았어요. 교회도 시대 분위기와 같이 가야지, 형식을 따지고 느린 속도로 가다간 낙후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만을 목적으로 하면 결국 타락합니다.”

그는 목회자들이 창조적 문화목회, 소통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목회자들에겐 창의력이 너무 부족해요. 복음의 진리는 지키고 시대에 따라 다른 언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신문을 읽으세요. 산책을 하면서 자연과 친해지고 작가들이 수년간 뼈를 깎으며 만든 예술품을 감상하세요. 서점에 나온 책 표지와 광고 카피도 열심히 보시고요.”

평생 어린이교회와 문화목회를 추구한 ‘젊은’ 목사는 오는 26일 30년 목회를 접는다. 나이가 상상력을 절대 제한하지 못한다는 것을 생활로 보여주는 것일까. 6.6㎡ 남짓한 그의 사무실은 노랑 주황 녹색 등 원색의 가구들로 꾸며져 있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