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고… 알바생이 말하는 사람잡는 ‘배달 재촉’
입력 2011-02-15 21:11
사장은 “빨리빨리” 역정
손님은 “왜안오나” 짜증
오토바이로 치킨, 피자 등을 배달하던 10대 아르바이트생의 교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가게 주인이나 고객에게 혼날까봐 배달을 서두른 게 화근이 됐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3년째 서울 신정동의 한 치킨 전문점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 김모(19)군은 15일 “전날 당한 아찔한 사고를 생각하면 가슴이 떨린다”고 말했다. 김군은 14일 오후 8시쯤 치킨 배달을 나갔다가 신정동사거리에서 택시와 부딪쳤다. 교차로에서 직진하려던 김군은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었지만 멈추지 않고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었다. 우회전 한 뒤 유턴해 돌아가면 신호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왼쪽에서 시속 60㎞로 달려오던 택시를 보지 못했다.
사고로 택시는 오른쪽 앞 범퍼가 찌그러졌고 김군은 팔목과 발목을 다쳤다. 헬멧을 쓰지 않았더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그가 신호까지 무시하며 서두른 것은 손님의 재촉과 짜증 때문이었다. 김군은 “배달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직접 전화를 걸거나 배달 온 아르바이트생에게 짜증을 낸다”고 말했다.
가게 주인도 속도전을 강조한다. 김군은 “사장이 헬멧도 챙겨주지 않고 그냥 나가라고 말하는 업소도 있다”며 “손님이 아니라 사장 때문에 빨리 간다고 할 정도”라고 했다. 또 ‘30분 배달제’를 내세우는 피자 전문점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배달이 늦으면 손해만큼 월급에서 깎여 신호나 속도 위반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그는 “헬멧 미착용이나 교통신호 위반 벌금도 전부 아르바이트 학생 몫”이라며 “이런 일은 배달 아르바이트생이 늘 겪는 일”이라고 했다.
지난 13일과 지난해 12월에도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예비대학생 김모(18)군과 최모(24)씨가 교통사고로 숨을 거뒀다. 다음 아고라 네티즌 2000여명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30분 배달제’를 폐지하자고 서명했다. 앞서 지난 8일 청년유니온,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대형 피자업체에 ‘30분 배달제’ 폐지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