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송 2R… “제조사 불법없어 배상책임 없다”

입력 2011-02-15 21:11


법원이 15일 특정한 개인에게 발생한 폐암의 주요 원인이 흡연이라고 인정한 것은 과거 통계적인 연관성만 인정했던 1심 판단보다 진일보한 판결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법원은 담배 제조 및 판매과정에 구체적인 불법행위가 없었다면 손해배상 책임도 없다고 판단했다.

◇폐암환자 4명 발병원인은 흡연 인정=항소심 재판부는 소송을 제기한 폐암 환자들에게 흡연과 폐암 발생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도록 한 책임을 대폭 완화했다. 담배 연기에는 다양한 발암 물질이 포함돼 있고 발암 물질로 인한 폐암 발병은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특히 소송 당사자 중 하루에 한 갑씩 20년 이상, 폐암 진단 때까지 계속 담배를 피운 고령의 폐암 환자 4명은 구체적인 반대 증거가 없는 한 흡연이 폐암 발생의 원인이 된다고 결론 내렸다. 폐암 환자 중 폐암보다 흡연과의 연관성이 더 높은 편평세포암, 소세포암까지 발병한 환자라면 그 원인이 흡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는 취지다. 법원은 이 결론을 뒤집으려면 입증 책임은 담배 제조회사가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흡연과 폐암 발병의 통계적 관련성을 보여주는 역학적 인과관계는 인정하되 개별 환자에 대한 인과관계는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담배 제조상의 결함, 불법행위는 인정 안 해=재판부는 그러나 담배 제조과정에서 결함이 있었거나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폐암 환자들의 주장은 1심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담배에 발암물질과 타르 등이 포함됐다고 해도 담배 제조는 법적으로 허용돼 있기 때문에 결함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KT&G가 약 600종의 첨가물을 담배에 넣어 니코틴이 체내에 잘 흡수되도록 조작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담배의 중대한 결함이나 담배 제조회사의 구체적인 불법행위가 없다면 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최종 판단은 상고심으로=99년 시작된 담배 소송은 이제 상고심만 남았다. 원고 측 배금자 변호사가 담배가 폐암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환경오염이 적은 해안마을에 거주하면서 국산 담배만 피운 폐암 환자 6명과 가족 등을 원고로 꾸려 소송을 시작했지만 이 중 5명은 이미 사망했다.

1·2심은 담배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KT&G가 니코틴을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소송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배 변호사와 금연운동협의회는 “이번 판결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흡연의 해악성과 중독성 피해를 법원에서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상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KT&G 측은 “폐암은 원인을 특정하기가 매우 어려운데도 재판부가 역학적 인과관계만으로 개별 흡연 환자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