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사 거센 ‘정부입김’ 예고

입력 2011-02-15 21:24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 연임 확정… 하나 김승유 회장도 연임 유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이 15일 확정됐다. 여기에 김승유 하나금융회장의 연임이 유력한 상황이어서 사실상 올해 임기가 끝나는 민간 금융지주사의 차기 회장 인선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반면 부실 저축은행 문제나 가계 대출 안정화 방안 등 산적한 현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금융당국은 당분간 ‘금융지주 역할론’을 강하게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이 회장과 김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 동문이자 측근 인사이며,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대표적인 권력실세다. 여기에 유일하게 ‘관치’를 허락하지 않았던 신한금융마저 최근 내분 사태로 금융당국에 ‘약점’을 잡히면서 금융당국과의 관계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장악력이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CEO 리스크’ 끝=신한금융의 한동우 회장 내정, 우리금융의 회장 연임 등으로 인해 금융지주사들을 괴롭혔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일단 마무리될 전망이다. 2001년 우리금융 출범 이후 연임에 성공한 회장은 이 회장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다음 달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되며 임기는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오종남 우리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은 “이 회장이 우리금융의 가장 큰 현안인 민영화 추진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금융지주사들은 최근 ‘CEO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았다. 신한금융은 라응찬 전 회장의 중징계 및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지배구조 혁신 문제에 부딪혔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마무리, 우리금융은 민영화 재개 문제를 두고 차기 회장 후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기에 정부 고위인사의 ‘낙하산 인사’설까지 겹쳐지면서 금융지주사들은 새해 경영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내부 출신 인사 발탁과 기존 회장 연임으로 관치 및 경영 혼선 우려를 비켜가면서 일단 사업 연속성을 위한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영업 전쟁 예고 속 정부 입김 우려=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최근 한 대기업으로부터 퇴직연금을 직접 유치해 왔다. CEO가 직접 영업에 나서 지점 여러 개 이상의 몫을 해온 것이다. 이처럼 금융위기와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최근 수익성이 급감했던 은행권은 카드사 분사 등을 앞세워 올해 대규모 영업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신한금융이 신한생명 부회장 재직 시 영업적자를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한 한 내정자를 차기 회장으로 발탁하고, 4대 지주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먼저 흑자를 기록한 우리금융 이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새 CEO들은 금융당국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최근 각종 현안 해결에 금융지주사의 역할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삼화저축은행 인수에 참여한 것도 어느 정도 금융당국의 심기를 살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