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제2경제대국… 뜨는 中-지는 日 ‘복잡한 심경’

입력 2011-02-15 21:41


아시아의 두 강대국 중국과 일본은 지금 복잡 미묘한 감정에 빠져 있다. 세계 제2 경제대국 지위를 중국에 넘겨준 일본은 어쩔 수 없이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자성하는 분위기다. 반면에 떠오르는 중국은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국제무대에서 떠안게 된 책임감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세계 2위 일본 제친 중국=일본 내각부는 14일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기준으로 1.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간 중국의 GDP는 전년 대비 9.8% 성장했다. 따라서 일본의 지난해 GDP는 5조4740억 달러로 중국의 5조8790억 달러에 비해 4000억 달러가량(7%) 적었다. 일본은 1967년 서독을 따라잡은 뒤 42년 만에 이날 공식적으로 세계 경제대국 2위 자리를 중국에 내주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은 15일 이 순위가 바뀐 건 중국이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떠오르고 일본은 가라앉았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썼다. 이는 동시에 한 시대를 마감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중국 당국은 제2 경제대국이라는 감투 때문에 국민들이 아직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원치 않는 국제사회의 의무를 지게 되는 걸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WSJ는 밝혔다. WSJ는 인민일보가 최근 한 기사의 제목을 “중국, 일본 누르고 세계 2위 규모 경제대국 부상-그러나 세계 2위 경제 강국은 아니다”라고 뽑은 게 이런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부자 나라, 가난한 인민=일본은 이번 순위 하락 이후에도 경제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에 분위기가 침울하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는 최근 한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이 중국에 따라잡히는 것은 중국의 급증하는 GDP와 거대한 인구를 감안할 때 아주 자연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한창 잘 나갈 때인 1989년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책을 써 극우파 논객으로 이름을 떨쳤던 이시하라 도지사가 이제 일본의 처지를 비감한 어조로 토로하게 된 것이다.

두 나라의 복잡한 반응은 중국이 아직 여러 가지 면에서 일본에 뒤지고 있다는 사실도 반영한다. 실제 지난해 중국 1인당 GDP는 4412달러로 전 세계 100위권의 개발도상국 수준인 데다 일본에 비해서는 10분의 1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러한 ‘부자 나라, 가난한 인민’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볼 때 일본은 여러 측면에서 미국의 경쟁자이면서도 지정학적·군사적으로 동맹국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모든 면에서 잠재적인 도전자라는 게 일본과 다르다. 두 나라의 GDP를 합해도 세계 1위인 미국(14조6600만 달러)엔 훨씬 못 미친다.

하지만 갤럽이 최근 미국 성인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2%가 “중국이 세계 1위 경제대국”이라고 밝힌 건 주목할 만하다.

정원교 기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