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채권법 파문] 막대한 오일머니 챙기고 금융사 진출 ‘지원 사격’
입력 2011-02-15 21:29
정부가 ‘이슬람채권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오일머니에 있다. 중동지역 국부펀드 규모만 보더라도 오일머니 규모는 엄청나다. 아부다비 투자청의 보유 자산이 8760억 달러에 이르고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청 4330억 달러, 쿠웨이트 투자청 5650억 달러, 카타르 투자청 600억 달러, 리비아 투자청 500억 달러 등이다.
세계 각국은 최근 중동 국가들이 앞다퉈 대형 사회기반시설을 발주하면서 오일머니 잡기에 뛰어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동 국가는 과거와 달리 이슬람 금융 방식으로 자본 거래를 하길 원한다.
또 이슬람 금융시장이 블루오션이라는 점도 이슬람채권법 추진의 이유 중 하나다. 국내 금융회사가 이슬람 금융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사격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슬람금융서비스위원회(IFSB)에 따르면 2008년 말 기준 이슬람 금융시장 규모는 1조 달러에 이른다. 연평균 15% 안팎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 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슬람 금융시장의 잠재적 규모를 4조1880억 달러로 추산한다.
이슬람 금융상품은 이자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종교 율법에 따라 독특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슬람 채권으로 불리는 수쿠크가 대표적이다. 수쿠크는 돈을 빌리는 쪽이 부동산 등 자산을 제공하고 자본 제공자는 이 자산을 근거로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매각한다. 투자자에게는 건물 임대료, 수수료 등을 이자 대신 준다. 유형자산을 담보로 하는 이자라 수쿠크, 사업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이자 대신 지급하는 형태의 무라카 수쿠크 등으로 세분화된다.
수쿠크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22억 달러에 불과하던 수쿠크 발행액은 2007년 310억 달러까지 급증했다. 문제는 수쿠크가 이자 대신 임대료, 수수료 등을 주는 방식이라 양도소득세, 취득·등록세, 부가가치세 등의 부과 대상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이를 이자소득으로 인정하고 다른 외화표시 채권처럼 이자소득세 면제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야당 일부에서는 정부가 이슬람채권법에 무게를 싣는 것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출 때문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국제 관행에 따라 UAE는 186억 달러에 이르는 수주대금 가운데 일부를 국내 컨소시엄이 주선을 해준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국내 컨소시엄은 입찰 때 수출입은행의 대출 의향서를 함께 제출했다. 수출입은행이 UAE에 직접 돈을 빌려주거나 이슬람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UAE에 재대출할 경우 이슬람 채권 발행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