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채권법 파문] 민주 “특정 종교에 혜택” 부정적 입장으로 급선회

입력 2011-02-15 21:30


정치권, 법안 처리 싸고 마찰 조짐

정치권이 이슬람채권법 처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슬람채권에 대한 비과세 내용이 포함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하려고 하자 여권 일각과 야당, 종교계까지 나서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채권법은 2009년 말 기획재정부가 이슬람 자금 유치에 필요하다며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1년간 논의가 진행되지 않다가 정부 요청으로 지난해 12월에야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를 통과했다. 여야 소위위원들은 외자 유치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정부 측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 과도한 면세혜택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해 상임위 전체회의 통과는 무산됐다.

문제는 정부여당이 지난달 27일 열린 고위당정협의에서 이 법안을 2월 국회에서 처리키로 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이 의원은 이달 초 기재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투자수익금의 2.5%를 헌금하도록 의무화하면서도 관련 서류가 강제로 파기되는 관행 때문에 테러 연관성이 의심된다”며 반대 논리를 폈다.

이슬람채권법과 정부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법안 처리에 긍정적이던 민주당 입장도 급변했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이슬람채권법이 UAE 원전 수주에 따른 장기자금 조달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며 “특정 종교에 주는 과도한 혜택이 종교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기재위 소속인 이강래 의원도 “반대 의견에 일견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곤 의원 등 당초 법안에 찬성했던 의원들도 재검토로 입장을 바꾸었다. 민주당은 또 이슬람채권법 문제와 별도로 UAE 원전수주 의혹을 다룰 국정조사도 추진 중이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홍재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공동회장과 박종원 목사를 만나 “이슬람채권법 문제를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며 “무엇보다 국회 기재위 판단이 가장 중요한데, 의원들과 협의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나라당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아직 법안 처리에 대한 당론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당 소속 기재위 위원들과 논의해 법안 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