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채권법 파문] 기독교계 왜 반대하나… “수익금, 테러단체로 흘러갈 가능성”
입력 2011-02-15 21:43
기독교계가 ‘수쿠크법’이라 불리는 이슬람채권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종교적 문제 때문이 아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의 주장은 간단명료하다. 이슬람 금융 수입의 2.5%가 ‘자카트’란 이름으로 자선단체에 기부토록 돼 있는데 문제는 송금 즉시 모든 내역이 파기되기 때문에 그 자금이 정말 자선단체로 가는지 아니면 테러단체에 지원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거래가 완료되면 관련 자료를 폐기하는 ‘하왈라’라는 이슬람 고유의 송금방식 때문이다. 양병희 한장총 대표회장은 “수쿠크가 테러 지원 의혹에 휩싸인 위험 자금인 걸 잊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가 국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려 하기 때문에 반대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수쿠크 자금은 일반 오일머니와 달리 이슬람 율법(샤리아)의 적용을 받는다. 이 때문에 우리의 금융 주권까지 침해할 수 있다는 게 또 다른 반대 이유다. 수쿠크 자금은 해당 국가의 국내법보다 샤리아를 우선한다. 어느 국가에 수쿠크가 도입되면 자금 운영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인 샤리아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샤리아위원은 종교지도자이자 금융 전문가, 변호사이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전 세계에 70명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샤리아에 저촉되면 언제라도 자금 회수를 강행할 수 있다.
길자연 한기총 대표회장은 “영국 싱가포르 아일랜드 등과 달리 모든 세금을 면제해주려는 우리의 수쿠크법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접근”이라며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특혜”라고 말했다. 그는 “수쿠크가 자산 버블, 재벌의 부당 내부거래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계는 사회통합적 관점에서 종교 간 평화를 원하기 때문에 법 개정 반대가 자칫 종교적 갈등으로 비치는 걸 경계하고 있다. 양 대표회장은 “우리의 목적은 종교 간 갈등이 아니다”면서 “불순 세력이 종교 대립으로 몰아가고 침소봉대하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회장은 “정부가 종교를 초월해 경제사회학자, 금융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해 담론 형성과 더불어 국민의 뜻을 수렴해나가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길 대표회장도 “정부와 국회를 비롯해 이 사회가 종교의 잣대가 아닌 경제 사회문제로 풀어나가기를 바라는 기독교계의 충정을 진정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