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독재 붕괴이후] 시민혁명, 중동 도미노… 이란·바레인·예멘 유혈충돌
입력 2011-02-16 00:34
튀니지 ‘재스민 혁명’으로 촉발된 아랍권 시민혁명이 이집트를 거쳐 중동 전역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란과 바레인에서는 반정부 시위 도중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유혈사태로 치닫고 있고, 예멘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14일(현지시간) 수만명이 참가한 반정부 시위가 열렸으며,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최소 2명이 사망하는 등 사상자가 속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테헤란의 아지드 광장 등에서 진행된 시위에서 시민들은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시내 곳곳에 배치된 대규모 경찰과 군 병력은 시위대를 구타하며 최루가스와 페인트 볼을 발사했고, 시위대는 쓰레기통에 불을 붙여 바리케이드를 치는 등의 방법으로 맞섰다.
이란 당국은 미르 호세인 무사비 등 야당 지도자들을 가택연금하고, 시위 참가자를 모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페이스북의 접속을 차단했다. 시위대는 1979년 발생한 이란혁명 32주년이 되는 18일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바레인에서도 이날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20대 청년 등 2명이 총에 맞아 숨졌으며, 부상자 중에서도 총상으로 생명이 위독한 사람들이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예멘 수도 사나에선 시위대 3000여명이 사나대학에서 시내 중심부 알 타흐리르 광장까지 행진하며 32년간 장기 집권해 온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수십명이 다쳤다.
시위를 취재하던 영국 BBC방송 압둘라 고라브 기자도 얼굴에 피를 흘리며 “집권당 사람들에게 맞았다”고 밝혔다.
아랍권 반정부 시위 물결에 대해 카타르 소재 브르킹스 도하센터 연구소장 세디 하미드는 “우리는 범 아랍권의 민주주의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며 “시위대는 ‘지금이 아니면 도대체 언제’라는 의문을 던지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