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독재 붕괴이후] 무바라크 몰락시킨 ‘人의 장막’
입력 2011-02-15 18:10
“이집트 반정부 시위 18일 동안 독재자 무바라크 일가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다.”
이집트 현지 매체들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30년 철권통치가 종식된 이후 드라마틱했던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요약하면 무바라크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권력에 집착하는 추한 모습을 보인 데는 최측근과 자식들의 정보 차단과 오판이 크게 작용했다.
맨 먼저 무바라크 귀를 막은 건 하비브 알 아들리 전 내무장관이다. 그는 튀니지 ‘재스민 혁명’ 바람이 이집트로 옮겨 붙으며 지난달 25일 첫 대규모 시위가 발발하기 전 사태의 심각함을 간과한 채 ‘엉터리’ 보고를 했다고 관영신문 알아흐람이 보도했다. 아들리는 “외국의 지시를 받은 무슬림형제단이 젊은이들을 선동하고 있다”면서 “한줌밖에 안 되는 이들의 시위이기에 곧 제압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아들리는 무바라크가 사태 수습을 위해 단행한 지난달 31일 개각에서 경질됐다.
사임 발표가 예상됐던 무바라크가 지난 10일 연설에서 권좌를 지키겠다고 ‘엉뚱한’ 발표를 하게 된 과정도 소개됐다. 애당초 무바라크는 권력을 군부와 부통령에게 넘기고 물러난다는 취지의 연설을 하기로 했었다. 막판에 이를 뒤집은 건 후계자인 둘째 아들 가말이었다. 무바라크의 연설이 방영되기 직전 두 아들 알라(장남)와 가말은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는 말다툼을 벌였다. 이로 인해 무바라크의 부인 수잔이 두 차례 실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알라는 가말을 향해 “너는 기업인 친구들에게 길을 열어 줌으로써 나라를 타락시켰다. 아버지의 말년을 네가 더럽히고 있다”고 소리쳤다고 국영신문 알아크바르가 전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집트 반정부 시위에서 친(親)무바라크 세력이 고아와 빈민층 아동들을 동원, 시위대를 공격하게 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신문은 현지 취재 결과 친무바라크 세력이 시위가 벌어진 18일간 아이들에게 돈, 음식, 담배 등을 주면서 시위에 동참시킨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많게는 아동·청소년 1만2000명이 동원된 것으로 추산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