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홍준표 ‘개헌’ 장외 설전… 당내 특별기구 설치도 엇박자
입력 2011-02-15 18:04
한나라당 친이명박계 내부에서 개헌 논의를 둘러싸고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개헌을 주도하는 친이계와 부정적인 친박근혜계, 소장파들 간의 갈등에 이어 개헌 논의를 둘러싼 당내 전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개헌 전도사’ 이재오 특임장관과 홍준표 최고위원은 15일 각각 라디오에 출연해 개헌 방법론을 놓고 다른 입장을 개진하며 장외 설전을 벌였다. 홍 최고위원은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이 장관이 주도해 온 개헌 논의 방식을 문제 삼았다. 홍 최고위원은 “가능하지도 않은 개헌 문제를 꺼내 세종시 사태를 만들면, 정부 여당 전체에 혼란이 온다”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런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 옳으냐”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 진입을 위해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이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리에 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일본은 1946년 전후 폐허 속에서 한 차례 개헌을 하고 그 체제로 선진국까지 갔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 장관은 ‘서두원의 SBS 전망대’ 라디오 인터뷰에 나왔다. 그는 ‘대통령이 직접 개헌 발의를 하라’는 홍 최고위원의 주장과 관련, “국회 여야 3분의 2가 합의해 통과해서 국민투표에 부쳐야 하는데 그걸 대통령이 발의하라는 건, 개인적인 이야기이고 무게가 있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또 ‘나는 다윗, 상대는 골리앗’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 “골리앗이 누구냐”는 질문에 “차차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장관은 개헌 필요성을 역설한 뒤 “올해 말까지만 개헌이 이뤄지면 내년 4월 총선은 여야 합의가 있을 경우 현재 선거법으로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개헌을 둘러싼 두 사람의 대립은 향후 친이계 내부의 당권·대권 구도와 맞물려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상수 대표는 최고위원회 산하에 특별기구를 설치하는 안을 갖고 나머지 최고위원들 설득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는 기구 설치 등 향후 개헌 논의를 끌고 나가면서 그동안 실추됐던 리더십 회복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최고위원 9명 중 홍 최고위원, 서병수 최고위원 등 5명이 반대 입장이라 당장 이번 주 내 구성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정두언 나경원 최고위원조차 개헌 논의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당내에선 “개헌보다 특별기구 구성이 더 힘들다”거나 “이러다 개헌 논의 자체가 수그러들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