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SK루브리컨츠’ 박병용 공장장 “파트너社에 신뢰 심는 데 최선”
입력 2011-02-15 18:26
(6) SK루브리컨츠 해외 윤활기유 생산공장 1호 인도네시아 ‘파트라SK’
‘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파트라SK’의 두마이 제3윤활기유 공장을 책임지고 있는 박병용(47) 공장장의 고민이다. 파트라SK의 운영 총괄 책임자인 그의 주요 업무는 파트너사이면서 인도네시아의 최대 국영 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 관계자들을 만나 수시로 업무협조를 구하는 일. 하지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자카르타에서 만난 박 공장장의 얘기다.
“현안이 있을 때면 오전 7시쯤 자카르타의 페르타미나 본사를 찾아가서 기약도 없이 6시간 정도 기다립니다. 면담 시간은 고작 5분이고요. 그렇다고 현안이 100%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고….” 하지만 두마이 공장이 설립되기 전인 2007년 10월 인도네시아로 발령받은 그는 이 업무를 3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식으로 ‘빨리빨리’ 채근한다고 해서 통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이 나라 문화와 현지의 일처리 방식을 존중하는 거죠.” 지금은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에 진출한 기업이라도 사업성보다는 인맥과 상호 관계를 중시하는 풍토가 여전하다. “자주 얼굴을 비추고 만나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상대방까지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내 진심을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늘 떠나지 않습니다.”
박 공장장이 발품을 팔면서 현지인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은 두마이 공장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특히 직원과의 스킨십은 한국 방식이 특효였다. 직원이 출산하거나 가족상을 당했을 때, 생일을 맞았을 때는 반드시 해당 직원의 가정을 방문해 함께 울고 웃고, 축하해준다. 일주일에 한 번씩 체육대회를 열고, 토요일마다 직원 가정을 순회 방문한다. 지난해 말부터는 공장 주변마을의 불우가정의 자녀 30명씩 ‘파트라SK’ 이름으로 장학금을 주고 있다.
박 공장장의 이 같은 활동은 현지화 전략을 기반으로 생산성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나부터 진심으로 다가가면 상대방도 결국 마음을 열거든요. 그게 바로 여기 말로 ‘터리마 카시’입니다.” 인도네시아 말로 ‘감사하다’라는 의미의 ‘터리마 카시’를 직역하면 ‘받고 주다’라는 뜻. 인도네시아인은 은혜를 갚은 줄 아는 민족임을 표현할 때 종종 쓰이는 말이다. 그는 인도네시아인의 마음을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자카르타=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