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최상급 원유 찾아간 오지서 전세계 50개국으로 수출

입력 2011-02-15 21:42


(6) SK루브리컨츠 해외 윤활기유 생산공장 1호 인도네시아 ‘파트라SK’

자동차를 비롯해 바퀴가 도는 장치에는 윤활유가 필요하다. 윤활유 성분은 원유에서 정제되고 남은 찌꺼기 기름에서 다시 뽑아낸 윤활기유(Base-oil)와 첨가제로 이뤄지는데, 벤츠나 BMW 등 고급 승용차는 최고급 윤활기유가 쓰인다. SK루브리컨츠는 전 세계 고급 윤활기유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윤활·기유 전문기업이다. 2009년 10월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로 분할된 뒤 고품질 제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인도네시아 두마이 지역에 생산 공장을 지었다. ‘세계 1위’ 수성(守成)을 위해 국내 정유업계 중 처음으로 바다를 건넌 것이다.

◇왜 두마이인가=자동차를 타고 5시간을 달리자 크고 작은 파이프가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규모의 정유시설이 주위를 압도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두마이 지역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석유회사 페르타미나사의 정유공장이다. SK루브리컨츠의 제3윤활기유 생산시설인 ‘파트라(PATRA) SK’ 공장은 바로 옆에 붙어 있다. ‘파트라SK’는 2008년 4월 SK루브리컨츠(당시 SK에너지)와 페르타미나사가 각각 65대 35 지분 비율로 설립한 합작공장으로 현재 하루 7000배럴의 고급 윤활기유를 생산한다.

지난달 25일 방문한 파트라SK 공장은 자바섬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를 타고 수마트라섬으로 이동한 뒤 자동차로 5시간을 더 달려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이런 오지에 SK루브리컨츠가 윤활기유 공장을 설립하려고 뛰어든 이유가 있다. 원유의 품질 때문이다. 파트라SK 양현종 부장은 “두마이 인근 지역에서는 황 함유량이 적은 고급 원유가 나오는 데다 윤활기유의 원자재격인 잔사유(다른 제품으로 전환되지 않고 남은 원유)가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울산에 1·2공장이 들어서면서 더 이상 국내에 공장 부지를 찾기가 여의치 않은 점, 해외수출 비중이 높은 고급 윤활기유의 판로 특성도 두마이 지역으로 고개를 돌리게 만든 요인이다. 두마이 지역은 인도네시아의 4대 석유·가스 생산기지로 꼽힌다.

◇동남아 이어 글로벌시장 진출 확대 교두보로=SK루브리컨츠가 국내 업계 최초로 동남아에 진출한 데는 포석이 깔려 있다. 동남아 자원강국인 인도네시아에 석유제품 생산시설을 건설함으로써 동남아 시장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매년 15% 이상씩 성장하는 전 세계 고급 윤활기유 시장을 감안하면 전망은 밝다. 산업 분야마다 친환경이 강조되는 동시에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기 때문. 두마이 공장의 제품 실험실에서 직접 생산된 윤활기유 완제품을 만져봤다. 무색무취의 맹물처럼 보이는데 촉감은 약간 끈적끈적했다. 점도에 따라 품질 차이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점도가 가장 높은 최고 품질의 ‘그룹3’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윤활기유 완제품은 한 달에 수차례 유럽(네덜란드 로테르담)과 미국(휴스턴), 한국(울산), 인도네시아 현지 지사에 출하되면서 전 세계 50여개국 200여개 업체에 공급된다. 수요가 점점 늘면서 두마이 현지공장의 매출 규모는 가동 첫해인 2008년 2800억원, 지난해 3400억원을 기록하면서 2년 만에 20%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트라SK는 현지 생산성 증대 및 품질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현지인력 양성 분야는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파트라SK 손동근 부장은 “현재 파트라SK는 파트너사인 페르타미나에서 파견된 직원이 상당수”라며 “이들에게 SK루브리컨츠가 지닌 기술과 조직경영 등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건 업무 개선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파트너사 간 상호 신뢰를 다지면서 향후 현지시장에서의 협력사업과 시장 진출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SK루브리컨츠의 교육 및 업무방식에 대한 현지 직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페르타미나에서 34년간 근무한 경력을 지닌 안토니(57·설비총반장)는 “SK의 업무 방식은 체계적이고 효율적이며, 기술수준이 상당히 높다”면서 “내가 근무했던 페르타미나와 비교할 때 배울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두마이(인도네시아)=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