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들…’… ‘개구리소년’ 그후 21년 끝나지 않은 이야기

입력 2011-02-15 17:55


남자 아이 다섯의 유골이 발견된 것은 신고 후 11년이 지난 2002년. 실종 현장에서 멀지도 않았던 집 근처 산에서였다. ‘유인하긴 쉬워도 해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는 주인공 강지승(박용우)의 의문은 오랜 시간 유족과 국민들이 간직해온 것이기도 하다. 전모가 하나도 드러나지 않은 이 사건이 영화 속으로 들어갔을 때, ‘대체 어떻게’에서 시작하는 것은 당연하다. 17일 개봉하는 ‘아이들…’ 이야기다.

초반부 이 영화는 범죄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인 ‘살인의 추억’(2003)이나 ‘추격자’(2008)와는 다른 지점에서 출발한다.

특종에 눈이 먼 방송사 PD, 실종 아동의 부모가 범인이라고 믿는 심리학과 교수, 아이들이 없어진 와중에도 경찰의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부모들이 등장한다. 가족은 그저 무기력하고, 비정한 세상은 아이들의 실종을 자기네 편한 대로 이용한다. 언론의 선동질에 놀아난 경찰은 피해자 가족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집을 파헤치지만 아무런 실마리도 얻지 못한다. 영화는 이 모든 일들을 반성하고 유족의 슬픔에 조의를 표하는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을까. 후반부에서 어설피 표방한 스릴러는 이 영화가 떠안은 고민을 보여준다.

강지승의 추적 끝에 아동살해에 쾌감을 느끼는 사이코패스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는데, 문제는 사이코패스가 관객들에게 더 이상 새롭거나 충격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찰이 범인을 지목해 오랫동안 지켜봐왔다는 설정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팩트와 픽션이 팽팽하게 맞물리며 유지하던 긴장감도 급격히 하강했다. 원하는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주제만 산만해진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종류의 작품에서 흔히 드러나기 쉬운 선정성을 되도록 배제하고 인간 심리에 대한 흥미로운 고찰을 보여준다는 점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고집스럽게 자신의 이론만 주장하는 황 교수(류승룡), 범인으로 의심받고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는 아이 아버지 역할을 맡은 성지루의 열연이 돋보인다. ‘리턴’을 연출한 이규만 감독 작품. 15세가. 17일 개봉.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