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수계 구제역 매몰지 15곳 실사 무산

입력 2011-02-15 21:58

주민 반발로 한강 상수원 보호구역 인근 구제역 매몰지 15곳에 대한 현장조사가 무산되는 등 정부의 매몰지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가 유보된 매몰지는 서울과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경기도 양평 팔당상수원 인근에 집중돼 있다. 특히 이곳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매몰지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지역이어서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 오염 우려를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1일 정부 합동조사반은 한강 상수원 상류 지역 구제역 매몰지 99곳에 대한 현지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으나 경기도 양평 지역 15곳을 조사하지 못했다. 주민들은 ‘조사반원들이 구제역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고, 매몰지가 알려지면 땅값이 떨어질 수 있다’며 마을 진입을 봉쇄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조사반은 이 같은 사실을 환경부에 보고했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결국 양평이 고위험군 지역이어서 조사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기로 했다. 구제역 매뉴얼상 구제역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 지역에 대해서는 조사를 유보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날 밝힌 구제역 및 조류인플루엔자(AI) 매몰지 전수조사 계획에 따르면 구제역 고위험군 지역은 충남 당진 등 11곳으로 양평은 제외됐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이날 ‘토양 오염 경보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구제역 매몰지 관리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매몰지 주변 관측정에 첨단 정보기술(IT)을 적용한 경보기를 부착해 침출수 등으로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될 때 자동 경보를 발령하는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전국의 매몰지 주변 300m 이내 관정 3000여개에 대해 지하수 수질 및 미생물 조사를 정기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매몰지는 현재 전국적으로 4632곳이며 정부는 다음달 말까지 매몰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차수벽 설치 등 보강 공사를 완료할 방침이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는 대전에서도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했으며 살처분 가축 수는 333만3496마리로 늘었다고 밝혔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