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설계 내 맘대로… 학점 쌓아 학사학위 20만명 넘었다

입력 2011-02-15 21:17


평생교육 대표정책 학점은행제 도입 12년

일본 국적의 가와우치 라모(54·여)씨는 오는 28일 평생교육진흥원의 학점은행제를 통해 대학 법학 전공 학사학위를 받는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1980년대 후반 일본에 귀화한 가와우치씨는 학력 때문에 말 못할 고통을 겪었다. 국적과 이름이 바뀌면서 한국 국적일 때 취득한 국민학교 졸업 학력을 입증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철도 관련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일하던 가와우치씨는 99년 한국의 전철 사업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학력 증명을 요구받았다. 이후 각종 사업 때마다 귀화 전 초등학교 학력이나마 증명하려면 일본 외무성을 수차례 오가며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가와우치씨는 학력을 새로 따기로 하고 2006년 고등학교 졸업 인정은 검정고시로 통과했다. 그러나 대학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야 하는 바쁜 일정 때문에 들어갈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던 중 한국의 학점은행제도를 알게 돼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가와우치씨는 15일 “바뀐 이름과 국적으로 다시 학위를 따기 위해 2007년부터 학점은행제로 강의를 들었다”며 “특정 대학의 커리큘럼에 매이지 않고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학점은행제 도입 12년…20만명이 대학 졸업장 받았다= 학점은행제는 1998년 학교뿐 아니라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학습과 자격을 학점으로 인정해 평생학습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평생교육법에 근거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인가한 기관에서 일정 수준의 교과목을 이수하면 전문학사학위,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제도다.

학위를 취득하려면 학사는 140학점, 전문학사는 80학점 이상 이수하면 된다. 학점은행제 개설 전공은 현재 23개 학사학위 108개 전공, 13개 전문학사학위 109개 전공이 마련돼 있다. 학위수여는 교과부 장관 학위수여와 대학 총장 학위수여 2가지 방식이 있다. 교과부 장관 명의의 학위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대학은 학칙에 따라 총장 명의 학위를 주기도 한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에 따르면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위를 수여한 인원이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학사·전문학사 전체 20만명을 넘어섰다. 교과부 장관이 주는 학위를 수여한 사람이 18만8716명, 일반 대학 총장이 주는 학위를 받은 사람이 1만3552명이다. 오는 28일에도 11회 학점은행제 학위수여식이 열려 3만1173명이 학사·전문학사 학위를 받는다. 학습자로 등록된 누적인원은 45만명을 넘어섰다.

◆학점은행제 학점 취득 방법은?= 학점은행제 취득방식은 평가인정 학습과목 이수, 중요무형문화재 보유 및 전수교육, 자격증 취득, 시간제 등록 이수, 독학학위제 시험 및 이수, 학점인정대상학교 이수 등 6가지다.

평가인정학습과목 이수는 대학부설 평생교육원이나 직업전문학교 등에서 교과부 승인을 받은 과목을 이수하는 방식이다. 학점은행제의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온·오프라인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학점인정은 중요문화재 보유자 및 그 문하생의 전승교육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는 140학점을 인정받아 학사학위 취득이 가능하고 문하생은 문화재 전수 경험에 따라 최소 4∼50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자격증 취득은 교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평생교육진흥원장이 고시한 자격증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3월 고시된 기준에 따르면 570개(국가기술자격 367개, 국가자격 142개, 국가공인 민간자격 61개) 자격이 학점으로 인정된다.

시간제 등록 이수는 일반인이 대학의 교육 과정을 수강하는 제도다. 대학이 시행과목과 수강비용 등을 정한다. 신청자는 시간제 등록이 허용된 대학과 개설 과목을 확인한 뒤 수강하면 된다.

독학학위제 시험 및 이수는 학습자가 스스로 공부한 뒤 국가가 정한 시험에 합격하면 대학 학위를 수여하는 방식이다. 시험은 교양과정, 전공기초과정, 전공심화과정, 학위취득종합시험 4단계로 나눠져 있고 모두 통과하면 학위를 준다.

학점인정대상학교 이수 방식은 대학·전문대학 중퇴자가 중퇴 전까지 이수한 학점을 학점은행제에 적립을 신청하면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학위 취득을 원하는 사람은 6가지 중 여건에 맞는 방식으로 학점을 적립해 학위를 취득하면 된다”며 “자격증이나 대학을 중퇴할 당시 이수학점도 인정하기 때문에 학위 취득 기간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