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계의 새바람 ‘KDB생명 사제콤비’
입력 2011-02-15 17:40
‘새내기 감독’ 김영주
여자프로농구(WKBL)는 인기가 이전만 못하다. 세대교체에 실패했고,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의 양강 체제가 오래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코트에서는 이경은(24·KDB생명)과 김단비(21·신한은행) 등 ‘신세대 얼짱’ 선수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령탑 중에서도 정인교(42·신세계), 김영주(43·KDB생명) 등 기존 감독들보다 젊은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아 신선한 바람을 이끌고 있다. 이 중 이경은은 기존의 전주원, 박정은 등 유명 선수들을 제치고 최근 올스타 투표 1위를 차지하며 최고의 인기스타로 부각되고 있다. 김 감독은 10년이라는 길고긴 코치 생활을 마치고 올 시즌 처음으로 팀을 맡은 ‘새내기 감독’으로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고 있다. 김 감독과 이경은을 지난 11일 경기도 구리실내체육관에서 만났다.
-WKBL 역대 최장수 코치였다가 올 시즌 처음으로 감독으로 부임했다. 감회가 어떤가.
“남자농구만 하다가 여자농구에 처음 와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다. 특히 여자 선수들의 심리와 생각 자체도 읽지 못했다. 지금은 그런 일이 없지만 처음 여자농구에 발을 들였을 때 선수들이 왕따를 시키더라. 그들의 마음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여자 선수들의 마음을 읽고 가르치는 것을 코치 생활하면서 많이 배웠다. 하지만 감독이 되니 또 완전히 다르다. 코치 생활할 때는 한 발짝 뒤에서 훈수를 많이 뒀고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리더로서 모든 부분에서 책임을 져야한다. 그 책임감에 중압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사실 여자농구가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중·고교에서 올라오는 선수들 중 대형 스타급 선수가 없다. 옛날에는 초등학교에 여자농구부가 꽤 많았다. 그런데 지금 서울 초등학교 중 여자농구팀이 있는 학교가 단 두 군데다. 서울이 이런데 지방은 오죽하겠는가. 선수도 없고, 늦은 나이에 농구를 시작하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인 드래프트로 프로팀에 오면 슛 자세와 같은 기본기부터 가르쳐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여자농구 발전을 위해선 신한은행도 좋지만 새로운 팀이 우승할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하다.”
-새내기 감독으로서 어떤 농구를 하고 싶나.
“나는 가드 출신이기 때문에 스피드 있는 농구를 하고 싶다. 김영주 농구는 디펜스(수비)에 중점을 둬 상대방을 어렵게 만든 후 빠른 오펜스(공격)로 전환하는 속공 농구다. 아직 초보 감독이라 의욕이 많이 앞서 실수한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KDB생명이 명문구단으로 갈 수 있는 초석을 만들어가겠다.”
-이경은은 어떤 선수인가.
“내가 코치로 우리은행에 있을 때 가르친 선수다. 경은이가 그 때 참 혼도 많이 났고 울면서 농구를 배웠다. 하지만 대형가드로서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훈련을 혹독히 시켰다. 우리나라 가드 중 소질이나 기량적인 측면에서 가장 발전 가능성이 많은 선수다.”
‘조폭 너구리’ 이경은
-이번 올스타전에서 전주원, 박정은 같은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올스타 인기투표 1위에 뽑혔다. 인기를 실감하나.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은 누군가.
“이전보다 ‘싸인을 해달라. 같이 사진을 찍자’는 팬들이 부쩍 늘었다. 내가 농구하는 모습을 보고싶어하는 팬들이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다. 이전에 우리은행에서 뛸 때 연고지였던 춘천에서 이곳 구리까지 와서 나를 반겨주는 팬들도 있다. 가장 기억나는 팬은 고등학교 남학생이다. 춘천에 살고 있는데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아이다. 그런데 하루는 여기까지 와서 경기를 지켜보다가 나중에 인형 선물을 나에게 했다. 돈이 없어 헌혈을 해서 인형을 샀다고 하더라. 무척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얼짱스타답지 않게 조폭너구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약간 맞지 않는 것 같은데.
“내가 다크 서클이 심하다. 그리고 경기를 할 때 무표정하게 코트를 휘젓고 다닌다고 해서 팬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게임을 하는 것을 보니 정말 그렇더라. 팬카페 이름도 ‘조폭너구리 이경은’이다.”
-외모와 실력에서 라이벌로 생각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사실 내가 이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리고 실력도 다른 팀 가드들에 비해서 뛰어나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라이벌로 꼽는다면 신한은행 가드 최윤아를 꼽고 싶다. 포지션이 1번(포인트 가드)으로 같고, 나이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남자친구는 없나. 이상형은 누구인가.
“남자친구는 없다. 나를 너무 좋다고 하는 사람은 많다. 하하하. 농담이다. 아직 남자친구를 사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만나도 늦지 않다. 이상형은 우수에 찬 눈빛을 가진 탤런트 소지섭이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자농구가 인기가 없다. 그래서 나를 응원해주는 것도 좋지만 여자농구를 사랑해주는 마음으로 농구장에 많이 찾아와 주시면 정말 고맙겠다. 부디 직접 오셔서 여자농구를 많이 사랑해주시기 바란다.”
구리=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