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외국 민중봉기 대처법… 독재붕괴 때마다 침묵·왜곡하는 북한
입력 2011-02-14 23:31
‘민중봉기 포비아(phobia·공포증)?’
북한 내부 매체들은 이집트 민중 봉기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하야 소식에 함구하고 있다. 외부 소식 창구인 조선중앙통신,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선중앙TV·조선중앙방송,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은 14일 현재까지 침묵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묵비권’ 행사=이집트 사태뿐만 아니라 과거 다른 독재정권이 무너졌을 때도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통일부에 따르면 에콰도르에서 2000년 초 자밀 마후아드 대통령이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대규모 시위로 물러났을 때도 북한 내부 매체들은 침묵했다. 또 같은 해 필리핀에서 조지프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피플 파워’에 밀려 퇴진했을 때도, 아르헨티나에서 2001년 12월 페르난도 델라루아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로 물러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외 볼리비아(2003년 10월), 그루지야(2003년 11월), 아이티(2004년 2월), 키르기스스탄(2005년 3월), 튀니지(2011년 1월) 사태 때에도 마찬가지였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입맛에 따라 가공=북한 내부 매체는 함구하고 있지만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지난 7일 이집트 사태를 ‘반미 자주화’로 규정했다. ‘독재 vs 민주’가 아니라 ‘친미 vs 반미’ 구도임을 선전하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북한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당시 이집트에 전투기와 조종사를 지원했으며 당시 공군참모총장으로 재직했던 무바라크는 이를 계기로 김일성 주석과 돈독한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에 의한 이라크 사담 후세인 축출의 경우 북한은 핵개발 정당화 논리로 적극 활용했다. 조선중앙TV는 2003년 9월 9일 “자위적 수단으로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라고 언급했으며 현재도 같은 논리로 핵개발 중이다.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2004년 11∼12월) 당시인 2004년 11월 24일 평양방송은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을 인용,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협박한 사실이 폭로됐다”고 강조했다.
◇내부 단속 강화=북한의 내부 통제가 강화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대표적 사례로는 80년대 말 동구권이 붕괴했을 때 동구권 유학생을 북한 지도부가 소환한 것이다.
특히 북한 지도부는 1989년 말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민중들에 의해 비참하게 처형되자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북한은 차우셰스쿠를 비판하기보다 하급 관리의 부패 탓으로 돌리면서 혁명을 바로 곁에서 지켜본 북한 유학생들을 감금하고 사상교육에 매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