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독재 붕괴 이후] 커미션 뇌물 이권 무바라크 78조 축재의 비결

입력 2011-02-14 19:16

“검은 구름은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 무바라크 정권 하의 이집트는 부정부패의 전형이다.”

이집트 야당 연합이 2006년 작성했던 무바라크 일가에 대한 조사 보고서의 한 구절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일가가 최대 700억 달러(약 78조6800억원)의 재산을 축적한 것은 권력을 악용한 전형적인 부정축재였다고 13일(현지시간) 허핑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안와르 알 사다트 대통령이 1981년 사망하면서 권력을 승계한 무바라크는 집권 초반엔 부정부패와의 단절을 위해 애썼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무바라크 일가가 부정축재 전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1990년대부터다. 무바라크는 이집트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들로부터 커미션을 챙겼다. 투자 금액의 무려 5∼20%가 커미션이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외국 기업이 지사를 설립할 경우 지분의 51%를 이집트 국내 기업인에게 주도록 한 조항도 악용했다. 정실 인사를 통해 파트너로 선정된 국내 기업인으로부터 뇌물과 지분을 받는 게 관례화됐다.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에서도 무바라크 일가족과 권력층 일가에 국유 재산을 헐값에 불하했다. 일정 지분과 각종 이권을 ‘떡고물’로 되돌려 받는 조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차남 가말이 등장했다. 가말은 96년 영국에서 설립한 사모투자회사와 이집트 최대 투자은행인 EFG에르메스를 연계해 국영기업 민영화와 외국기업의 이집트 진출을 주도했다. 최근까지 석유·철강·시멘트·곡물·육우 분야 등 이집트 산업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떼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 알라는 항공기 도입에서부터 항공기 좌석벨트 수입까지 관여하며 각종 이권과 뇌물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무바라크 일가는 이렇게 빼돌린 재산을 영국과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에 입금한 뒤 영국과 미국의 부동산, 홍해 지역에 투자해 거대한 부를 축적했다. 한 전직 이집트 내무부 관리는 “무바라크 시대는 절도범들의 시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