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독재 붕괴 이후] 경찰 이어 은행·철도·우체국 등 공공근로자 “우리도 처우 개선” 시위 확산

입력 2011-02-14 18:41

공공 근로자의 파업 확산이 이집트 정국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과도 정부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사퇴 이후 즉각적인 후속 조치에 들어갔지만, 그동안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에 시달려온 공공 부문 근로자들의 불만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경찰을 시작으로 은행·철도·섬유·주식거래소·철강·우체국·관영언론사 등으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AP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제복 차림의 경찰관 2000여명은 카이로에서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과 부패 척결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불과 며칠 전만해도 시위대에 ‘돼지’나 ‘개’로 불리며 모욕당했던 타흐리르 광장을 지나쳐 내무부 청사 앞에 도착했다. 이들은 “경찰 월급이 500∼600이집트 파운드(약 10만∼12만원)밖에 안 되는 데 비해 군인의 월급은 훨씬 많다”고 외쳤다. 경찰 시위대를 진압하던 일부 군인이 공포탄을 발사했다.

국영은행 직원들도 근로조건 개선을 외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무바라크 독재통치 기간 친(親)정부적인 보도에 치중했던 국영방송국 건물 앞에서 시위했다. 근로자들에 의해 출근을 저지당한 이집트 국민은행의 테렉 아메르 사장은 사표를 제출했다. 중앙은행은 전국의 은행을 대상으로 이날 예정에 없던 휴무를 지시했다.

철도·섬유·주식·철강 등 국영기관과 알렉산드리아 항구 등에서 일하는 공공 근로자들도 파업에 돌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국영 보험지주회사에 다니는 할라 파우지(34)는 “이곳에서 일주일에 28시간 일하며 받는 월급이 고작 100이집트 파운드(약 2만원)에 불과하다”며 “4년 넘게 일했지만 아직 정식 채용계약을 맺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