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독재 붕괴 이후] 군부, 2개월내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 약속

입력 2011-02-14 20:30

30년 독재 정권이 무너진 후 이집트 정국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집트 시민혁명을 주도했던 젊은 활동가들이 14일(현지시간) 민주적 개혁을 위해 군 지휘부를 면담했다. 군부는 이 자리에서 두 달 내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치를 것이라고 약속했다. 군부는 또 의회 해산 등 본격적인 정치개혁에 착수했다. 과도 정부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 재산과 그 측근들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개혁 작업 속 무바라크 위중=이번 시위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구글 임원 와엘 고님 등 활동가 8명은 이날 군 지휘부를 만났다. 고님은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군부는 이집트를 통치하지 않을 것이고 민간 국가로 향하는 길로 매진할 것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군부는 또 개헌위원회가 앞으로 열흘 내에 헌법 개정안을 마무리할 예정이고,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는 두 달 내에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 과도 내각은 치안 질서의 빠른 회복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아흐메드 샤피크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치안을 회복하고 시민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바라크의 건강이 크게 악화돼 중태에 빠졌다고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이집트 신문 ‘알 마스리 알 야움’은 무바라크 전 대통령 측근의 말을 빌려 무바라크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으며 현재 치료 중이라고 보도했다. 무바라크는 홍해 연안의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 있는 관저에 머물고 있다.

◇부정부패 척결 시작=이집트 검찰은 무바라크 정권에서 내무장관을 지낸 하비브 알-아들리를 상대로 이날 돈세탁 혐의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집트 법원은 검찰의 요청에 따라 아들리와 그의 부인의 자산 동결을 검토 중이다. 아들리는 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거세지자 시위대에 유혈 진압을 지시한 인물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과도 정부는 무바라크 정권에서 복무했던 일부 장관에 대한 재산 동결조치도 고려 중이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 및 측근의 재산 해외 유출을 막는 방안으로 10만 달러 이상의 국외 송금처리 소요기간을 2일에서 5일로 연장했다. 무바라크 일가의 은닉재산은 400억(약 44조9600억원)∼700억 달러(약 78조6800억원)로 알려졌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권력을 넘겨받은 이집트군 최고위원회는 13일 집권 국민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의회를 전격 해산했다. 이어 헌법 효력을 중지시키고 정치범을 석방했다.

카이로=권기석 기자,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