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박재찬] 국토부-코레일, 사고원인 발표 떠넘기기
입력 2011-02-15 01:23
“피 조사대상 기관에서 조사결과를 발표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
14일 오전 코레일 고위관계자는 광명역에서 발생한 KTX의 탈선사고 원인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 브리핑 여부를 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해양부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만큼 국토부가 발표를 하는 게 맞다는 투였다.
반면 국토부 관계자는 “오늘 중에 코레일이 자체 조사한 사고 원인을 발표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누가 발표하느냐를 놓고 국토부와 코레일의 입장이 맞선 것이다. 결국 이날 오후 코레일이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일단 우리가 브리핑을 하기로 했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상급기관인 국토부의 지시를 산하기관인 코레일이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뉘앙스였다. 좋지 않은 일에 대한 발표를 서로 떠넘기려는 미묘한 감정싸움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1주일쯤 뒤에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예정돼 있는데도 코레일이 서둘러 자체조사 결과를 내놓은 배경도 석연찮다. 코레일은 보도자료에서 “사고 원인은 KTX 차량의 기계적 결함과 관련이 없다”고 맨 앞줄에 적시했다. 또 “작업자의 선로전환기 정비 과실 및 신호장비 취급 부주의로 추정된다”고 끝을 맺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토부와 코레일이 시스템적인 문제를 은폐한 채 ‘꼬리자르기’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너트 한 개를 분실한 것을 확인하지 못한 현장 작업자의 단순 실수로 사태를 축소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코레일은 오는 4월 KTX산천 차량을 필두로 브라질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대형 인명사고를 초래할 뻔한 탈선 사고의 원인을 ‘너트 한 개’로 몰고 가는 것은 국익 문제를 떠나 전형적인 면피주의와 축소은폐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