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탈선 사고 원인] 관제센터에 보고만 했어도… ‘나사 빠진’ 안전의식
입력 2011-02-15 01:19
지난 11일 발생한 광명역 KTX산천의 탈선사고 원인으로 철로 핵심 설비인 선로전환기의 정비 및 신호장비 취급 부주의가 꼽히고 있다.
◇사고 경위=14일 코레일이 밝힌 자체 사고원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6시부터 7시22분까지 광명역 선로전환기에서 ‘불일치 장애’를 나타내는 오류 신호가 3차례나 발생했다. 선로전환기는 열차를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이동시키기 위한 철로 설비 중 핵심장치다.
오류 신호가 뜨자 코레일 직원들은 오전 7시32분쯤 현장에 출동, 점검을 벌였으나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열차가 직진(상행선)만 가능하도록 선로전환기를 고정해 뒀다. 그리고 서울 구로동 철도교통 관제센터에 “열차운행에 지장이 없도록 임시 조치를 했다”고 보고했다. 직진만 가능하도록 조정했다는 보고는 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던 관제센터는 낮 12시53분쯤 선로전환기를 우측(하행선)으로 바꾸기 위해 기기를 조작했다. 부산에서 출발해 광명역이 종착역인 해당 열차가 레일을 변경할 필요 없이 하행선을 타고 부산으로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직진만 가능하도록 돼 있던 선로전환기에서 또다시 오류 신호가 뜨자 관제센터는 급히 다시 상행선으로 전환했다.
이때가 오후 1시1분. 사고차량인 KTX산천 224열차가 도착하기 4분 전이었다. 상행선인 서울 방향 진입부에 위치한 선로전환기는 직진으로 바뀌지 않은 채 상행선에 남아 있고, 중간부분(크로싱 구간)은 직진 방향으로 바뀌는 중이었다. 결국 오후 1시5분쯤, 광명역을 500여m 정도 앞두고 일직터널에 진입한 KTX 열차의 차량 앞쪽 4량은 하행선에 진입했지만 나머지 뒤쪽 6량은 미처 진입하지 못하고 궤도를 벗어나게 된 것이다.
◇사고 원인=코레일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1시10분부터 3시간여 동안 광명역 선로전환기의 레일 밀착쇄정장치(컨트롤 박스) 보수작업이 진행됐다. 컨트롤 박스는 선로전환기에서 신호를 받아 레일이 움직이도록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다. 컨트롤 박스 안에는 레일을 좌우로 움직이는 모터와 전기장치, 이들 부품을 제어하는 컨트롤러가 장착돼 있다. 현장에서는 코레일 직원(감독관 2명)과 외주 정비용역업체 직원 8명이 작업에 참여했다.
김흥성 코레일 대변인은 “공사업체 직원이 케이블 교체 공사를 하던 중 밀착쇄정기 컨트롤러 5번 단자 너트를 빠뜨린 채 직진으로 묶어놓아 불일치 신호가 발생했다”면서 “현장 직원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 직원들이 교체 대상 케이블 바로 옆에 있던 신호단자 볼트와 너트를 풀었다가 이를 복구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업체 측은 “신호단자 쪽 너트를 건드린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문제는 현장 직원들이 선로전환기 조절 단자함에서 직진으로 표시회로를 고정시킨 뒤 관제센터에 보고를 누락했다는 것이다. 만약 해당 직원이 직진만 가능하도록 조작해 뒀다는 사실을 관제센터에 통보만 했어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결국 관제센터는 하행선 전환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으로 착각했다가 사고를 초래한 것이다.
코레일은 “현재 국토해양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조사위는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