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새 회장 한동우 내정… 조직화합 첫 시험대

입력 2011-02-14 21:57


신한금융지주가 ‘정통 신한맨’으로 꼽히는 한동우(63) 전 신한생명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낙점했다. 라응찬 전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은 등기이사직 사임의사를 밝히며 한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9월 고위 경영진 3명의 경영권 분쟁으로 시작된 신한사태가 5개월 만에 매듭을 지은 셈이다. 한 회장 내정자가 재일교포 주주들이 민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을 누름으로써 신한 내부 출신을 통해 신한금융의 독특한 기업문화인 ‘신한 웨이(way)’를 이어가는 전통을 결국 관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내·외부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라 전 회장 측이 승리했다는 의미도 있다.

◇“변화보다는 안정 추구”=신한금융은 14일 서울 태평로 본사에서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열어 면접을 실시한 뒤 투표를 거친 결과 한 내정자를 단독 후보로 추대키로 했다. 최종 후보 4명 가운데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특위 시작 후 회장직 고사 의사를 밝혔고 한 의장과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은 표결 끝에 낙마했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 의장은 신한 외부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 내정자는 오는 21일 이사회와 다음 달 열릴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다.

신한사태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라 전 회장과 이 전 은행장도 이날 특위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등기이사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신상훈 전 사장의 이사 임기도 다음 달 만료되는 점을 고려하면 신한금융 내분 사태의 장본인은 모두 다음 달 신한금융을 떠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대 교체에 발맞춰 신한사태 장본인들이 한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라 전 회장의 측근이라는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신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를 선택함으로써 조직 안정을 꾀하려는 고육책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직 통합’이 최우선 과제=한 내정자는 우선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는 것이 급선무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 개선작업과 함께 차별 없는 인사 및 조직 쇄신 방안을 조만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와 우리금융 민영화 등 금융업계의 ‘빅뱅’을 앞두고 순이익 1위를 고수하기 위한 다양한 방편도 설계할 전망이다. 해외시장 개척은 물론 증권과 보험 등 계열사의 외형 확대 및 육성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한 내정자 선임에 대해 “축하할 일은 아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일단 한 내정자가 조직을 안정되게 추스르고 화합을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내부 갈등 끝에 결국 한쪽이 승리한 모양새”라고 말했다.

한 회장 내정자는 부산 출신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71년 한국신탁은행에 입행한 것을 시작으로 은행권에 몸담았다. 이후 신용보증기금을 거쳐 82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인사부장, 종합기획부장, 개인고객본부·신용관리 담당 부행장을 거쳐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 2007∼2009년 부회장을 맡았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경영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소식에 신한금융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100원(2.26%) 오른 4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편 이날 열린 우리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에서 이팔성 현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회추위는 이 회장을 1순위로, 김우석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을 2순위 후보로 결정했다. 회추위는 15일 오전 다시 한번 회의를 열어 단독 후보를 결정한 뒤 곧바로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아진 기자 ah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