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80년만의 폭설 ‘도시 마비’… 휴무·휴교 속출

입력 2011-02-14 22:03

현대차 야간 조업 중단… 412개 초중고 휴교

‘눈폭탄’을 맞은 부산과 울산, 경남 등 영남지역은 도시 기능이 거의 마비됐다. 80년 만의 폭설을 맞은 울산에서는 14일 일부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휴교령도 내려졌다. 또 포스코 등 일부 공장은 조업 중단사태를 빚었고 지역 산업단지에서는 물류 차질이 생겼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이날 오후 9시부터 시작되는 울산공장 야간조에 휴무 조치를 전격 단행했다. 이에 따라 울산공장 내 차량을 생산하는 5개 공장의 생산라인 가동이 모두 멈췄다. 울산 석유화학공단 일대와 공단으로 향하는 공업탑∼수암로 구간, 현대자동차와 협력업체, 현대중공업 등이 있는 북구·동구의 아산로, 효문사거리∼염포로 구간, 경주로 향하는 7번 국도 등에서 출근길 차량이 극심한 정체를 겪었다. 울산지역 전체 초·중·고교 412개 학교도 일제히 휴업했다.

대설경보가 내려지면서 최고 40㎝ 이상의 눈이 쌓인 포항에서는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하루 3만5000t에 이르는 철강제품 출하를 이날 1만t으로 줄이는 등 포항철강공단의 물류수송이 차질을 빚었다.

눈 구경하기 힘든 부산에서는 부산지방기상청의 늑장예보에다 제설장비 부족으로 27개 주요 도로 교통이 전면 통제됐다.

부산에는 이날 오후 5시30분 현재 평균 6.8㎝의 적설량으로 1904년 기상청 관측 이래 8번째로 많은 눈이 내렸으나 부산기상청은 전날까지도 대설 관련 특보를 내리지 않았다. 이에 동서고가로, 황령터널, 범내골, 진양램프 일대, 만덕1터널, 백양터널 등지에서는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하역기지인 부산항 신선대 터미널에는 컨테이너 반입량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창원터널 앞 양 방향에는 전날부터 쌓인 눈이 녹았다가 다시 얼어붙으면서 차량들이 꼼짝없이 갇히는 바람에 극심한 출근길 혼란이 빚어졌다.

강원도에서는 노인 구급 환자가 발생했으나 1m가 넘는 폭설로 구조가 늦어져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8시17분쯤 폭설로 고립된 동해시 이로동에 사는 A씨(83·여)가 호흡곤란을 일으켜 이웃에 사는 A씨의 딸이 119상황실에 도움을 요청했다. 폭설이 내리는 와중에도 구급대원들이 긴급 출동했으나 국도변 마을 입구에서 A씨의 집까지 2.5㎞ 구간을 가는 데 5시간이나 걸렸고, A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한편 군은 동해안 폭설로 고립됐던 독거노인들을 구출해냈다. 육군 23사단 장병들은 지난 13일 1m 이상의 눈으로 덮인 1㎞의 길을 3시간 동안 뚫고 동해시 만우동 생계골에 홀로 사는 한판심(93·여)씨를 구조했다.

창원·울산=이영재 조원일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