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다 잃고 등원이라니…” 들끓는 당내 불만
입력 2011-02-14 22:10
민주당이 우여곡절 끝에 손학규 대표의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 등원을 선언했지만 내부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8일 여당의 예산안 및 법안 강행처리 이후 장시간 장외투쟁을 벌여 왔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나 유감 표명은 물론 영수회담도 관철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사실상 ‘빈손 등원’을 하게 돼 명분과 실리 모두 잃었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얻은 게 뭐냐”는 불만이다. 함께 대여 투쟁을 벌인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다른 야당에 면목이 없다는 자성론도 나왔다. 이 같은 기류 속에 민주당은 대국민 사과를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에 들어가기 앞서 4대강 공사를 막고 이 대통령의 사죄를 받아내겠다던 우리의 다짐과 약속을 실천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등원 결정과 관련해 그동안 공조해 싸워 온 야4당과 협조하는 문제가 앞으로 남아 있는 숙제”라고 말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지난 2개월간 당 대표를 중심으로 우리 모두 단호히 싸워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는데, 국민에게 공언한 것이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투쟁이 종료되는 상황이어서 매우 송구하고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등원에 줄곧 회의적이었던 박주선 최고위원은 ‘빈수레 정당’ ‘들러리 정당’ 등의 표현을 동원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제 민주당을 ‘양치기소년 정당’이나 ‘거짓말 정당’으로 국민이 평가할까 매우 두렵다”면서 “앞으로는 대여 투쟁에 좀 더 원칙과 끈기를 가지고 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의원들을 다독이며 등원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대통령의 유감 표명 한마디라도 국민에게 들려주고자 했던 충정이 오히려 순진한 게 아니었나 정말 부끄럽게 여긴다”며 “국민과 의원들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개최한 뒤 채택한 대국민 결의문에서 “등원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2월 국회에서 우리는 정략적인 개헌논의를 단호히 거부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정권의 전횡을 견제하며 민생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김호경 엄기영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