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342명 인권교육현장 가보니… 구타 전·의경들 “조금만 참았으면…” 뒤늦은 후회
입력 2011-02-14 22:05
“지금 돌이켜보니 조금만 더 생각하고 참았으면 때리지 않아도 될 일이었습니다.”
14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만난 A상경은 “잘못을 다 인정하고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A상경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후임을 주먹으로 때리고 가위바위보 내기로 3만원을 뜯어간 사실이 후임으로부터 신고돼 지난 10일 중앙경찰학교에 입소했다.
A상경을 포함한 전·의경 342명은 지난달 전국의 신임(전입 6개월 이하) 전·의경을 대상으로 실시한 구타·가혹행위 피해 조사를 통해 가해자로 지목돼 이곳에서 인권·인성교육을 받고 있다.
‘인권과 피해자의 이해’라는 주제로 강의에 나선 김상균 백석대 교수는 “남에게 대접받고 싶으면 남을 대접할 줄 알아야 한다”며 “이것이 인권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강의실에서 진행된 인성교육에선 임봉택 중앙경찰학교 교수가 1만원짜리 지폐를 구겨 보이면서 “이게 구겨졌다고 만원의 가치가 없어지지는 않는다”면서 “인간으로서 고귀한 가치는 모두 같으니 피해자를 존중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여러분도 힘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가 “모두 일어서서 옆 사람과 포옹하자”고 외치자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전·의경들이 활짝 웃으며 서로를 꽉 끌어안았다.
“교육을 들으면서 내 행위가 잘못인 줄 알게 됐다”고 반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왜 이곳에 끌려 왔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해하는 선임들도 있었다. B상경은 “내가 훈련기간에 물을 주지 않고 발로 정강이를 찼다고 후임이 신고했지만 앞뒤 부분을 자른 진술이어서 솔직히 화가 나고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가져간 물이 충분치 않아 조금씩 마시자고 한 것이었고, 실전훈련에 처음 투입된 후임이 정신을 못 차리고 말을 듣지 않아 정강이를 가격했다는 게 B상경의 주장이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억울한 사정으로 이곳에 온 사람이 많은데 상황이 이렇게 돼 버려서 아쉽다”고 했다.
외박 나갈 때 모포 커버를 세탁해 오라고 지시한 것 때문에 가혹행위자로 지목된 C상경은 “악의적으로 그런 것도 아니고 경미한 사안이라 억울한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처음부터 배려하는 말을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란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342명은 중앙경찰학교에서 2주간 교육받은 뒤 서울지방경찰청 벽제수련장에서 1주간 신임 대원 체험을 통해 본인이 후임이었을 때의 어려움을 되새길 예정이다. 15일엔 경찰청에서 전·의경 부모모임 등 민간인이 참여하는 인권침해 처리 심사위원회가 열려 가해자 처벌 기준과 대상자를 결정한다. 경찰청은 가혹행위 정도가 경미한 경우를 제외하곤 가해자를 모두 다른 부대로 보낼 계획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전·의경들은 징계나 형사처벌, 타 부대 전출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 상경은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부모님께 자세히 말씀도 못 드렸다”며 울먹였다.
충주=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