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기독인들이 말하는 무바라크 하야 이후… “기독교 전환기 맞아 무슬림형제단 경계해야”

입력 2011-02-14 20:04

이집트 내 기독교인들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이후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미국 기독교 월간지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에 따르면 대부분의 이집트 기독교 지도자들은 무바라크 이후의 공백을 무슬림형제단이 어느정도 메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이 집권하면 기독교를 비롯한 소수 종교에 대한 핍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집트 성공회의 모니어 아니스 감독은 “이집트가 이란처럼 이슬람 국가가 된다면 우리에겐 어려움과 고난이 따를 것”이라며 “핍박으로 기독교인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신실한 자들이 남아서 끝까지 신앙의 명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국제종교자유위원회의 보고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열린 청문회에서 종교자유위원회 위원은 “이집트 내에서 지난 2년간 콥틱 교회에 대한 공격이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보고했다. 무바라크 이후 이집트의 기독교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시위에 참여한 콥틱 크리스천들이 무슬림들의 기도회를 보호하거나 시위 기간 내내 교회를 대상으로 한 테러가 한 건도 없었던 점 등 민주화 시위를 계기로 기독교와 이슬람이 화해 모드로 돌입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기독교가 성장의 호기를 맞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이집트 이슬람은 수니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근본주의 색채를 띠고 있는 무슬림형제단과는 달리 이집트 저변이 온건파라는 것이다.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공존 속에 기독교가 성장의 기회를 맞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채너티 투데이는 정교회에 대한 이슬람의 비판적인 시각, 경쟁하다시피 사이즈를 키우고 있는 예배당과 모스크의 사례를 들며 “해결되지 않은 크리스천과 무슬림의 갈등은 지난 몇 개월간의 민주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