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 기독학생들 주관 ‘북한 정치범수용소’ 전시회 성료

입력 2011-02-14 20:07


한동대 북한인권학회(SAGE) 기독학생들이 2∼14일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개최한 ‘그곳에는 사랑이 없다-북한 정치범수용소’ 사진 전시회가 인파로 북적였다. 설 연휴 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을 포함해 2만여명이 찾았다.

165㎡ 규모의 전시장에는 정치범수용소에서 당한 고문의 흔적을 담은 사진을 비롯해 현재 요덕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진 오혜원·오규원씨의 사진, 수용소 탈출자 7명의 증언 영상, 수용소 생활과 설명을 담은 펜화와 삽화, 탈북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북한 실상을 그린 포스터 등 70여점이 전시됐다. 전시장 벽면에 걸린 사진 속에는 수용소에서 담장을 넘다가 전기 철조망에 걸려 화상을 입은 사진, 고문으로 손가락이 잘린 모습도 보였다.

전시회 기간 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도 이어졌다. 15호 요덕수용소에서 10년간 생활했다는 강철환씨는 “1983년 수용소 상공에 날아온 풍선이 터지면서 칫솔, 치약, 삐라(전단) 등이 나와 외부소식을 알고 최소한의 생활도 할 수 있었다”면서 “제작하는 데 돈이 얼마 들지 않는 풍선을 북한으로 날려 보내면 북한 주민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북창 18호 관리소 출신 김혜숙씨는 “수용소에선 모범적으로 생활해야만 결혼도 할 수 있다. 결혼 뒤 91년 첫아이를 임신했지만 산에서 풀을 뜯는 등 힘들게 노동을 해야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중국에서 남한 사람과 접촉한 혐의로 2000년 3개월간 수용소 생활을 했다는 정광일씨는 100여명의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이 체포된 ‘남포 기독교인 체포사건’을 증언했다. 정씨는 “이 사건에 연루돼 요덕수용소에 수감된 연명철, 장광옥 등을 통해 사건 전말을 알게 됐다”면서 “2년여간 몰래 예배를 드려오다가 들통이 나 지도자들이 처형되거나 요덕수용소에 수감됐었다”고 밝혔다. 정씨는 “수용소에 병원이 있지만 의사가 아닌 수의사가 진료를 한다”면서 “보위대원에게 ‘어떻게 수의사가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너희는 사람이 아니고 짐승이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전시기간 중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황우여 국회의원 등 각계 인사들도 참석해 북한 인권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드러냈다. 김 여사는 전시장을 둘러본 뒤 “북한에서의 가족과 여성에 대한 인권 문제가 매우 심각함을 재확인했다”며 전시회를 준비한 학생들을 격려했다. 현 위원장은 향후 인권위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관련 정책이 추진되도록 돕겠다고 했다. SAGE 회장 하임숙(25·여·산업디자인학 4년)씨는 “북한 문제가 비록 불편한 진실이라 해도 분단된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임을 재인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