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독재 붕괴 이후] 美, 대테러작전 차질 우려… 중동국가 동향 이집트 정보부에 의존

입력 2011-02-14 20:26

미국은 이집트 사태로 인해 중동 지역에서의 대(對)테러리즘 작전이 변화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이 가장 많이 의존하는 외국 정보기관이 바로 이집트 정보부다.

이슬람국가 중 최고의 정보력을 자랑하고 있는 이집트 정보부는 미국 정보망이 미치지 못하는 이슬람 진영의 휴민트(인간정보)를 구축하고 있다. 중동지역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움직임과 국제적 분파들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알카에다 관련 정보도 가장 많이 갖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테러 용의자를 불법 구금·취조하는 걸 사실상 대신해 주는 역할을 크게 한 기관도 이집트 정보부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무기 밀반입을 저지해 주고, 수단·예멘에서의 테러리스트 활동을 감시해 CIA로 알려준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테러 전문가의 말을 인용, “이집트는 미국이 중동의 다른 나라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창(window) 역할을 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하야 이후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바로 양국 정보기관 간 정보교환이 예전처럼 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 철권통치 시절의 정보부는 CIA와 대(對)테러 작전에 관한 한 거의 의견을 같이해 왔다. 무바라크 정권은 알카에다와는 상극 관계였고, 이슬람 극단주의와도 거리를 뒀었다.

이번 사태로 이집트 정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이해하고 있고, 무바라크 정권보다 반미 성향이 좀 강한 조직이다. 물론 이들 스스로도 이슬람 극단주의를 경계하고 있다.

다른 의견도 있다. CIA 대(對)테러 센터를 이끌었던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설사 무슬림형제단이 차기 정부를 움직인다고 해도 미국과 이집트 간 대테러 공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집트 민주화가 억압 체제를 불식시켜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를 양산시키는 환경을 없앨 것이라는 긍정적 분석도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