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일간 매몰 칠레광부 “인육 먹을 생각했었다”

입력 2011-02-14 18:04

지난해 지하 700m 갱도에 갇힌 후 69일간 암흑 속에서 구조만을 기다렸던 칠레 광부 33명이 당시 지하생활상을 털어놨다. 그들은 자살에 대해 논의했고, 인육을 먹을 생각도 했다.

생존자 빅토르 사모라는 13일(현지시간) CBS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극한 상황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말했다. 사모라는 “계속 고통을 받느니 지하 대피소 안에서 기계를 돌려 일산화탄소로 자살을 하는 게 나을 거라고 동료에게 말했다”며 “만약 외부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면 (그들도) 동의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또 작업반장과 함께 광부들의 리더 역할을 했던 마리오 세풀베다는 “식량이 있든 없든 무조건 나는 탈출하려고 했다”며 “누가 먼저 기진맥진해 쓰러질지, 그러면 인육을 먹을 것인지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한국 등 4개국에서 15일 동시 출간되는 이들 광부의 이야기 ‘The 33’의 저자 조너선 프랭클린 뉴욕타임스 기자는 이 프로그램에서 실제로 광부들이 인육을 먹을 경우를 대비해 주전자와 톱을 준비했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The 33’에는 외부와 연락이 닿은 뒤 광부들이 장기간의 격리 생활을 버틸 수 있는 각종 물품을 요구한 사실 등이 기록돼 있다. 일부 광부는 가족들의 편지를 이용해 대마초를 몰래 들여와 피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불화가 생기기도 했다. 당시 함께 있었던 사무엘 아발로스는 “그들은 자기들끼리만 뭉쳐서 화장실 근처를 배회했지만 나한테는 한 모금도 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부 33인 중 32명은 아직도 악몽과 정신적 문제로 고통 받고 있고, 일상생활 적응을 위해 애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