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성 떨어지는 서울시 ‘표창장’ 광고
입력 2011-02-14 17:38
공익광고는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특정 상품의 마케팅이나 기업 이미지 제고를 추구하는 상업광고와 다르다. 공익광고의 조건으로는 그것을 접하는 대중과의 연관성과 현실감, 주제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비주얼과 카피가 있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수용자가 거부감을 느낀다면 공익광고의 정도를 벗어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의 공익광고 ‘표창장’ 시리즈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부터 선보인 ‘서울을 빛낸 위대한 서울 시민들’ 광고는 ‘표창장. ○○○ 여러분, 당신은 서울을 빛낸 진정한 영웅’이라는 내용이다. 상을 주는 사람은 서울특별시, 받는 사람은 환경미화원 식당아주머니 건설노동자 대중교통기사 소방공무원 직장인 등 6개 직군 종사자다. 7000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가로판매대와 시내버스 내부 등 3800여 곳에 부착했다.
각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는 시민들을 격려한다는 광고의 취지는 좋다. 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는 것 자체가 위대하다는 발상 자체는 신선할 수도 있다. 여기에다 광고제작자가 지난해 말 수리에 들어간 충무공 동상 자리에 “장군님은 탈의 중”이라는 문구를 내건 유명광고인 이제석씨의 작품이어서 더욱 그렇다.
문제는 이 광고가 현실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데 있다. 광고에 포함된 6개 직군의 대표성이 약한데다 직장인의 경우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당사자들마저 특별한 감흥을 느끼기보다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 환경미화원의 경우 한 대학에서의 고용승계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인 상황을 고려하면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영웅’이라는 카피에서는 대상을 희화화하는 느낌을 준다.
도심의 가로판매대는 서울의 경관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다. 서울시는 지난번 무상급식 광고와 달리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장소의 공공성을 살리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답은 멀리 있지 않다. 계절마다 수천만 시민이 보는 광화문 교보빌딩 글판을 제작하기 위해 당사자들이 쏟는 정성을 배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