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병일] 국가기술자격 남발 안된다

입력 2011-02-14 17:40


현재 우리나라 특성화고(전문계고) 진학률은 2000년 37.3%에서 2009년 24.3%로, 취업률은 51.4%에서 16.7%로 떨어졌다. 이에 교육과학기술부는 691개 전문계 고교를 2015년까지 400개로 줄이고 그 중 50개교를 마이스터고로 개편하겠다고 했다. 선진국의 직업교육기관 학생 비율이 50%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직업교육은 적색 경고등이 켜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직업 교육의 사양길은 결국 한국 산업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으므로 심각성을 인지한 교과부는 최근 전문대, 특성화고를 졸업하면 별도의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국가기술 자격증(전문대는 산업기사 자격, 마이스터고 및 특성화고는 기능사 자격)을 주는 방안을 고용노동부와 협의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먼저 이들 학교의 교육과정을 ‘산업수요맞춤형’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산업수요맞춤형 교육이란 ‘산업수요를 충족시키는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란 의미이다. 문제는 기존의 모든 전문대학이나 특성화고의 설립목적과 교육과정이 바로 산업수요 충족형이지만 실제는 그와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2009년 기업훈련실태조사를 보면 신입사원 채용 시 고려 항목은 전공 11.8%, 국가기술자격 12.7%, 경력 29.5%, 인성태도 33%로 전공보다 국가기술자격의 비중이 높다. 또한 국가기술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원의 경우, 기업 평균적으로 승진 시 28.5%, 임금 결정 시 35.3%, 전보 인사 배치 시 40.4%의 우대 반영 비율을 보이고 있다. 자격증에 대한 기업의 신뢰도가 매우 높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현재 발급되고 있는 각종 자격증들이 산업에서 요구하는 목표치와 수준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2009년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수는 2322만9000명으로 두 명 중 한 명은 국가자격증을 한 개 이상 가지고 있다.

이렇듯 자격증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전문대학이나 특성화고 졸업 때 학생들이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현실은 학교가 기업에서 요구하는 이론적 소양 및 실무 능력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좌시한 채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자격증을 준다면 기업에서는 더 이상 자격증의 품질과 신뢰도를 인정하지 않게 되어 자격을 갖춘 실력자들은 물론이고, 기존 자격취득자까지 그 가치를 하향시켜 결국 산업시장에서 자격증이 무의미해지는 사태가 일어나고 말 것이다.

특성화고나 전문대를 졸업하였기에 자격증을 주고 싶다면 그것은 일정한 검증을 치른 고용노동부의 자격증이 아니라, 졸업으로 인한 자격증이므로 교과부 이름으로 자격증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두 자격증의 차별화는 분명 필요하다. 왜냐하면 기업이 요구하는 자격증은 교과부의 의도와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박병일 한국마이스터 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