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트 반드 폴 교수 "한국교회의 열정과 협력으로 유럽 재복음화를 이뤄내기 바란다"
입력 2011-02-14 17:46
[미션라이프] “복음화된 대륙이지만 동시에 반기독교적인 지역이 유럽입니다. 동시에 기독교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유럽교회와 협력하고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갈 때 유럽 재복음화는 시작됩니다.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 7∼9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유럽선교 콘퍼런스에 주강사로 참가한 프랑스 르우벤복음주의신학교(선교학) 에버트 반드 폴(55·사진) 교수는 인터뷰에서 “유럽 재복음화는 필요하며 한국교회의 열정과 협력으로 이뤄내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폴 교수는 “유럽 재복음화를 위해 유럽 역사와 문화의 이해는 필수적”이라며 장기적 안목에서 다가갈 것을 주문했다.
-유럽 재복음화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유럽은 역사적으로 기독교화된 대륙이지만 기독교를 상실하고 있다. 과거 기독교가 유일한 신앙의 지표가 됐지만 지금은 다종교 세속사회가 되고 있다. 여기에 이슬람과 힌두교, 불교와 각종 신비주의가 기독교에 도전하고 있다. 인본주의 역시 득세하고 있다. 엄밀히 유럽은 기독교로 대변되는 종교 자체에서 벗어나는 형국이다. 유럽인들은 신의 존재를 더 이상 믿지 않는다. 종교와 관련 없는 세속 문화가 인간 영성을 대체하고 있다.”
- 탈기독교화, 세속화가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인가. 다종교·다문화 사회의 영향인가.
“유럽 역사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4세기 콘스탄티누스 대제 이후 성립된 기독교 제국은 유럽인들에게 종교를 사적(私的)인 것이 아니라 국가와 왕의 것으로 만들었다. 유럽인들에게 기독교는 삶 자체였다. 유아 세례를 받아야 국민으로 인정을 받았고 결혼과 죽음까지 기독교 영향 아래 있었다. 반면 유럽인들은 기독교의 이름으로 행해진 숱한 갈등도 겪어야 했다. 십자군 원정, 개신교의 분리와 종교전쟁, 식민주의 등이 그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기독교 자체를 싫어하게 됐다. 기독교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했다고 본 것이다.”
-무슬림 인구 증가 등의 요소가 유럽 기독교를 위협하지 않는가.
“이슬람을 포함한 타 종교는 유럽인들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기독교를 거부했다고 다른 종교를 갖지는 않는다. 유럽인들에게 이슬람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1000년 이상 이슬람과 대립한 역사를 가지기 때문에 이슬람 역시 싫어한다. 개종자는 거의 없다. 유럽 무슬림 증가는 이주자와 출생에 의해 증가한다. 게다가 무슬림 역시 유럽 사회의 세속화에 동화돼 간다. 무슬림 2∼3세 90%는 모국어를 모른다. 이슬람이 위협이 아니라 하나님 없는 세속주의, 인본주의가 최대 위협이다.”
-유럽 재복음화의 장벽은 무엇인가.
“유럽인들은 세 가지를 반문하게 될 것이다. 왜 하나님이며 예수이며 교회인가 하는 것이다. 그들이 기독교를 포기했을 때는 타 종교가 아닌 비종교성을 선택한 것이다. 예수의 이름으로 수많은 악행이 일어났고 교회 역시 개인의 자유를 억압했던 역사를 가진다. 탈 기독교화는 이런 역사와 관련이 있다. 여기에 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성경에 나와 있다고 무조건 믿으라고 해선 안 된다.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이에 합당한 삶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면 유럽 재복음화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복음화는 마법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선 유럽 각국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적응해야 한다.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갖고 유럽 역사와 문화,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성급하게 결과를 얻으려면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 둘째는 유럽 교회들과 협력해야 한다. 유럽의 성장하는 교회는 대부분 이민자 교회다. 나이지리아, 브라질, 인도, 한국 교회가 부흥한다. 그러나 이들 교회가 유럽인에게 영향을 미치진 못한다. 현지 교회와 함께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는 살아 있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럴 때 유럽인이 가지고 있는 ‘잊혀진 영성’을 깨울 수 있다. 넷째는 유럽 문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음악과 미술 등의 영역에서 다가간다면 접촉점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유럽교회는 복음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기독교적 가치관을 심기 위해 대중 토론회 등을 개최하는 경우가 있다. 철학자와 사회학자, 종교인들을 초청해 특정 사안에 대해 토론한다. 이는 닫혀 있는 유럽인들에게 기독교의 가치를 전하는 계기가 된다. 가톨릭이 다른 교파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편이다. 영국이나 네덜란드 등에서는 복음주의적 입장에서 사회 이슈를 공론화시키기도 했는데 워낙 복음주의권 자체가 약하고 조직화 되지 않아 미약한 실정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