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권기석 기자, 카이로 한국인 기독 사역자 인터뷰… “중동 선교 가능성을 봤다”
입력 2011-02-14 22:23
이집트 시민혁명을 계기로 중동·아프리카 선교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의 한국인 기독교 사역자들은 13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시민혁명 과정에서 기독교 신자와 무슬림 간 충돌이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중동·북아프리카 선교의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고 입을 모았다.
사역자들은 시민혁명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기독교와 이슬람이 힘을 합쳤다는 점에 고무된 표정이었다. A사역자는 “반정부 시위의 중심 타흐리르 광장에서 기독교 신자와 무슬림이 한목소리를 냈다”면서 “기독교가 탄압에서 벗어나 종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고 판단했다.
이집트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기독교는 이슬람에게 숱한 테러 공격을 받아 왔다. 이집트 기독교 인구는 전체 8000만명 중 약 1000만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콥트교 신도이고 개신교 신도는 그리 많지 않다.
사역자들은 이집트에 민간 정권이 들어서면 종교 자유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B선교사는 “개종의 자유가 생기고 교회 설립 허가가 쉬워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북아프리카 대부분 국가는 무슬림의 개신교 개종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사역자들은 그러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집권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C사역자는 “현재 이집트는 누구도 압도적 힘을 갖고 집권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힘이 부족하면 극단 세력과 손잡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선교사들은 이집트의 교회가 기도를 통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게 중동·북아프리카에서 교세 확산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카이로=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