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나누는 사람들] 수와진과 세종병원… 1987년부터 협력 잔고 없어도 수술은 계속됐다
입력 2011-02-14 17:47
(8) 쌍둥이 가수 수와진(안상수·안상진)
수와진은 1987년부터 세종병원과 협력해 심장병 어린이를 돕고 있다. 수와진은 공연을 통해 모금한 성금을 세종병원에 보내고, 병원은 그 돈으로 심장병 아동을 시술한다. 수와진이나 지방자치단체, 세종병원의 추천을 받은 아동들이 시술 혜택을 받는다.
1993년 강원도 태백으로 공연을 갔던 수와진은 교통비도 안 나올 정도로 모금 실적이 저조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선천성 심장병인 활로씨사증후군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한살배기 쌍둥이 자매를 알게 된다. 당시엔 상수씨만 가수 활동을 할 때여서 경제적인 사정이 좋지 않았지만 상수씨는 자기에게 도움을 요청한 그 자매를 뿌리치지 못했다. 수술비는 나중에 갚을 테니 우선 수술부터 해 달라며 세종병원으로 자매를 보냈다.
김충걸 세종병원 원무과장은 “1990년대엔 상수씨가 혼자서 이벤트 사업을 하다 실패했고 공연 모금도 잘되지 않던 때였다. 하지만 심장병 아동들은 계속 우리 병원으로 보내 수술을 시켰다. 그렇게 쌓인 수술비 미지급액이 한때 1억원에 달하기도 했다”며 “상수씨가 혼자서 크고 작은 행사를 뛰면서 ‘수술 빚’을 몇 십 만원씩 갚아나갔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빚이 쌓이는데도 아이들 수술을 계속 맡기는 수와진이 이해가 안 돼 한때 병원 경영진과 수와진 사이에 의견 충돌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자기들도 어려운 처지인데 아이들을 살리겠다고 나서는 그들을 보니 수술을 해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수와진이 빚만 진 것은 아니다. 1995년 상수씨의 노래 ‘영원히 내게’가 각종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할 때는 모금 공연이 성황을 이뤄, 세종병원에 1억원의 성금을 미리 쌓아놓기도 했다.
김 과장은 “기관이나 단체에서 아이들을 도울 때는 짜여진 예산에 맞춰서 한다. 그런데 수와진은 그렇지 않았다. 이런저런 계산을 하지 않고 순수한 마음과 열정으로 계속 아이들을 도왔다”고 말했다.
“길거리에서 모금 공연한다고 돈을 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주머니에서 꺼낸 꼬깃꼬깃한 지폐와 동전들을 모으고 모은 것이 지난해에만 6000만원이나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심장병 어린이 환자 40여명의 수술을 도왔지요.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거지요.”
수와진은 수술비 지원 외에도 연말에는 세종병원을 찾아 심장병 환자들을 위한 공연도 하고 있다. 지난해엔 후배 가수들과 함께 세종병원에서 무료 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선희 기자